유망 기업 없어 인구·인재 유출
지방경제 침체·도시 쇠락 악순환
30대 기업 본사 유치 노력 절실

▲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교체와 동시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국토연구원장은 “새 정부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을 모토로 일자리창출과 4차 산업혁명,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때 지방분권을 주장하며 지방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추진한 결과 지방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정권 9년동안 수도권과 지방주민 간의 재산 및 소득 격차는 회복하기 불가능할 만큼 확대됐다. 기업들이 지방에 투자를 꺼리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강성노조의 노동운동이 공장 증설을 회피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20년 동안 국내에 공장하나 증설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통계청의 인구이동(2002~2012)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을 정점으로 수도권 순유입이 감소하다가 2011년 처음으로 순 유출되었다며 긍정적인 의미의 발표를 했다.

그러나 도시발전의 성장 동력인 10대와 20대는 꾸준히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력이 없는 10세 미만과 40~50대는 2007년부터, 30대와 60세 이상은 2008년부터 계속 비수도권으로 전출했다. 지역적으로는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경북, 경남 등 7개 시도에서 계속 수도권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적인 광역도시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10년간 수도권으로 순유입하는 비수도권 시군구 중 상위 10위권은 주로 대구, 전북, 광주, 경북 지역의 시군구임이 밝혀졌다. 특히 영남지역인 경북 포항시, 대구 수성구의 수도권 유입은 최근 10년간 계속해서 10위권을 유지했고, 대구 달서구, 전북 전주시, 광주 북구는 한해를 제외하고 상위권에 들었다.

수도권으로 인력이 유입되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 우수인재들의 유출 현상은 더 큰 문제이다. 광주과학기술원의 경우 2003년 이후 배출한 석·박사 인력 가운데 광주권에 남아 취업한 사람은 10%도 안된다고 한다. 취업할 만한 좋은 기업이 없으니 인재가 수도권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지방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작은 나라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국가의 균형발전은 필수적이다.

필자는 국민소득이 높은 도시인 울산, 구미, 거제, 창원 등을 보면 가슴이 뿌듯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대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도시들이 쇠락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득세한 냉전시대가 무너지고, 중국과 교역을 하면서 평택, 아산 등 서해안 지역에 새로운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들이 확대되면서 울산, 포항, 창원, 거제도 등 동해안 지역이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영남지역의 도시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말고 다시 혁신해야 한다.

지방을 발전시킬 원천은 먹거리와 교육이다. 경제와 교육환경이 나쁘면 사람들이 떠나고 도시는 쇠퇴하기 마련이다.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 대기업의 본사는 모두 수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IT기업인 구글, 애플, HP, 테슬라 등의 본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소도시에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본사는 시애틀에 있다. 이런 면에서 30대 기업들의 본사를 지방에 유치하면 어떨까?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대기업에 수백만 평의 땅을 싼 비용으로 불하하고, 안정화될 때까지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방법도 있다. 대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혁신 클러스터활성화와 벤처투자은행을 설립하고, 지역의 대학은 기업요구에 따라 현장경험 중심의 인력을 양성하고, 산학연이 공동으로 R&D 센터를 확충하면 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문화와 교육환경이 충만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불 이상 되는 새로운 울산, 포항, 창원, 거제도 등이 등장을 기대하는 것이 정녕 필자만의 꿈인가?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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