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인터뷰

▲ 자료사진

현대차 대내외 부진 불구
6년 연속 파업수순 밟는중
높은 임금과 생산성 저하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요인
후진적 노사관계 개선 절실

올 들어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사드 보복의 여파로 점유율이 급감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고전하는 등 상반기 해외판매가 9.3%나 감소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올해 임단협 결렬을 선언한데 이어 13~14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며 6년 연속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태년(사진) 상무는 이러한 갈등적 후진적 노사관계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근로형태의 유연성 확보와 함께 쟁의행위 절차의 엄격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중국시장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태년(사진) 상무

“한국자동차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남미·아세안지역의 보호무역주의, 중국과의 외교문제로 인한 갈등 등 대외적인 문제와 국내적으로는 높은 임금과 생산성 저하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생산물량의 62%를 수출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수출국도 EU, 중동, 중남미 등으로 다변화 돼 있지만 글로벌 경기부진과 유가하락으로 수요가 감소해 아직까지는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이(2016년 기준 36.8%)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폐지된 2016년 이후 한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며 흑자규모도 줄어 들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0년 상반기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신차 생산은 멕시코에도 추월 당해 7위로 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자동차기업은 경쟁력 측면에서 현재 어떠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나.

“자동차 산업은 2만여개 부품 조립으로 만들어지는 종합시스템산업으로서 임금수준과 생산유연성이 글로벌 경쟁력 핵심요소다. 1만5000달러 수준의 중소형차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임금수준이 3만~4만달러 수준의 차를 생산하는 독일보다 높다.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들과 같이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는 빅딜이 이뤄져야 한다. 또 아웃소싱, 전환배치, 근로시간 조정 등 근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이 위기 극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외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을 국내 자동차 노조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갈등적, 후진적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 공장은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한 조립공정으로 임금수준이 중요한 경쟁 요소이며, 4~5년의 신차개발 주기로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안정적 노사관계가 필수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과거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동 친화적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경쟁 인식 미약,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체계, 경직적인 근로형태 등으로 노사관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해외 선진국의 노사관계는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업 경쟁력과 노조의 일자리(고용 안정) 모두를 추구하는 균형 잡힌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데 구체적 사례는.

“일본 도요타는 1960년대 노조의 고용안정을 얻고 다른 조건을 양보 함으로써 가장 먼저 친경영노조로 전환해 1960년대부터 무파업 경영체계를 유지했다. 또 독일 폭스바겐 노조는 1990년대초와 2000년대초 두 차례의 경영위기에서 근로시간 계좌제, 워크 쉐어링 등 노동 유연화와 임금이 20% 낮은 ‘AUTO 5000’ 프로젝트를 실행해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함으로써 독일 내 생산이 확대되고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사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치열한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국내외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조는 임금을 양보하고 회사는 고용을 보장하는 합리적 빅딜이 선행되어야 하며, 또 경제여건 변화에 따른 수요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근로형태의 유연성 강화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처럼 파업을 매년 쉽게 하는 나라가 없으며 노동쟁의 조정제도의 실효성 회복 등 쟁의행위 절차의 엄격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