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에 재부각…“군주 필요하다” 소신에 ‘강한 대통령’ 지향

▲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에서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됐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뜻밖의 권위주의적 행보로 거듭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마크롱의 제왕적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대혁명 기념일(7월14일)을 맞아 프랑스를 첫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을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군사기념시설 ‘앵발리드’에서 처음 맞았다.

이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옆에 대동한 채 정렬한 군인들 사이를 활보했고, 이런 마크롱의 모습은 ‘제왕 행세’라는 비난을 받으며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 베르사유 들어서는 마크롱 대통령.

현재 마크롱은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으로 프랑스 절대군주 루이 14세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왕 ‘주피터’(Jupiter·제우스)에 비유되며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리베라시옹’이 최근 1면에 ‘베르사유의 마뉴피터’(Manupiter at Versailles)라는 제목으로 식스팩을 드러낸 마크롱이 로마 시대 의상인 ’토가‘를 걸친 채 번개를 들고 있는 캐리커처를 실은 것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마크롱은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 대한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 리베라시옹 7월 3일 1면 표지.

그는 국제사회의 대표적 ‘스트롱맨’인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따라 파리로 불러들이는 한편 이례적으로 베르사유 궁에 상·하원을 소집해 임기 첫 국정연설을 하며 위세를 과시했다.

이 밖에도 마크롱은 대선 출마 전인 작년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대통령은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권위주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보통’ 대통령을 지향한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다.

또 경제장관 시절인 2015년 7월에는 프랑스 정치에 없는 것은 “군주 같은 인물”이라고 밝히며 강한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 트럼프 대 마크롱.

마크롱은 이런 일방통행식 태도는 국정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개혁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우며 의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노동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올해 대선에 출마했던 강성 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을 고대 이집트의 전제군주에 빗대 ‘파라오 마크롱’이라고 비난하며 연설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권위주의 행보가 프랑크 왕국의 클로비스왕부터 샤를 드골 대통령까지 오랜 군주제, 독재자, 권위주의자를 겪은 프랑스에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전 올랑드 정부의 경제고문이자 2012년 대선에서 마크롱과 함께 일했던 장 에르베 로렌치는 WSJ에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도 권위주의자일 것”이라며 “마크롱은 처음부터 프랑스가 왕에 준하는 권력자를 원한다는 것을 완벽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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