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3년 3월∼2015년 6월 靑생산 300여종 문건·메모 발견"
우병우 근무시기 상당수 생산 추정…원본 대통령기록관, 사본은 특검에
"국민연금 의결권 문건 나와…문화예술계 건전화 문건도 포함"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 활용' '삼성 뭘 필요로 하는지' 메모
故 김영한 前수석 자필메모서 '대리기사 철저수사 다그치도록'

청와대는 14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지원 방안을 검토한 내용을 포함해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과 메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관련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승계를 위한 핵심장치라는 의혹을 받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메모들만 봐서는 관련 내용이 정부 정책 등으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화예술계 건전화와 관련한 문건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문건들은 전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일부 인사들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암시하는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로 보이는 메모도 공개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난 3일 민정비서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과정에서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문건과 메모 등 300여 종을 발견했다"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 청와대는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 을 공개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는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 문건·메모는 2013년 3월∼2015년 6월에 생산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건과 메모의 상당 부분이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 및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시기(2014년 5월 12일∼2016년 10월 30일)에 생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변인은 "자료들은 전임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됐다"며 "수석·비서관 회의자료(2014년 6월 11일∼2015년 6월 24일),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관련 조항, 찬반 입장, 언론보도, 국민연금 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이 들어 있다"며 "직접 펜으로 쓴 메모 원본과 또 다른 메모의 복사본, 청와대 업무용 메일을 출력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중에는 삼성그룹 경영권승계 지원방안을 검토한 내역이 포함됐다"며 "자필 메모로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이 쓰여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 완화 지원'이라는 대목도 있다"고 했다.

특히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 부서 인사 분석' 등 문건도 있다"며 "'전경련 부회장 오찬 관련' '경제입법 독소조항 개선방안' '6월 지방선거 초반 판세 및 전망'도 있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자료도 있다"며 A4지 반쪽 분량의 관련 메모를 언론에 공개했다.

메모에는 '대리기사 남부고발 철저 수사지휘 다그치도록'이라는 문구가 있다. 박 대변인은 "이는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관련 내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부언론-간첩사건 무죄판결-조선 간첩에 관대한 판사, 차제에 정보·수사 협업으로 신속 특별형사법 입법토록→안보 공고히, 부지하세월"이라는 내용도 있다.

당시 간첩사건 판결에 대한 특정 언론의 보도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국사교과서 조직적 추진-교육부 외 애국단체 우익단체 연합적으로-전사들을 조직-반대선언 공표'라고도 적혀 있다.

위 세 건의 메모 앞부분에는 한자로 '장(長)'이라고 적혀 있는데,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대변인은 "이들 자료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초 박영수 특검팀은 전 정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바가 있고, 이와 관련해 특검이 법원을 통해 민정수석실 등의 관련 자료에 대해 사실조회 했지만 거부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관련 자료들이 발견됨에 따라 대통령 기록물이 아닌 사본을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공소유지를 담당한 특검에 제출하고, 원본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오늘 밟았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함에 따라 발견된 자료가 대통령 지정기록물인지 판단할 수 없었지만, 대통령 기록물은 맞지만, 비밀표기를 하지 않아서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간 쓰지 않았던 민정비서관실의 사정부문 캐비닛을 정리하다 발견한 것이라 그 자료가 왜 거기에 있고 작성됐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며 "발견 이후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 있어 법리적 검토를 거쳐 발표했다"고 말했다.

한편, 자료에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 생산된 자료도 1건 포함돼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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