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부응 신산업 육성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재도약 위해
이념과 정파 초월 함께 힘 모아야

▲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역사적으로 볼 때 국가나 도시가 획기적인 발전을 한데는 큰 계기가 있었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울산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발전한 데도 두 번의 계기가 있었으니 처음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이다. 국내 최대의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돼 많은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도시가 팽창하게 된 것이다.

한편 국가의 필요에 의해 추진된 공업화정책에 따라 울산이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외연적 성장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민의 삶의 질 문제에 있어서는 큰 진전이 없었다. 그래서 추진된 것이 울산 발전의 두 번째 큰 계기가 된 광역시 승격이다.

혹자는 ‘울산이 경남의 한 시로 있는거나 광역시가 된거나 세금만 많이 내지 좋은 게 뭐가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실제 2001년 모 기초단체 의회에서 해당 단체장의 방조 내지는 동조 속에 경남으로의 복도 주장을 제기한 적도 있다. 차제에 광역시 승격이 어떻게 울산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 왔는지에 대해서 살펴 보기로 하자.

우선 도시계획이나 각종 SOC 건설 등 지역의 현안을 시가 직접 중앙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는 경남도에서 전체의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고 재원을 배분하다 보니까 울산 발전에 제약이 많았는데, 독자적인 정책 추진으로 지역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었다.

두번째는 울산에서 징수한 지방세를 모두 지역발전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도세로 전부 경남에 귀속됐다. 예를 들면 2016년도 울산 지방세 징수액 1조9454억 중 도세 8846억은 기초시라면 경남도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광역시 승격이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실제 예산규모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금년도 울산 예산이 5조4996억(구·군 포함)인데, 울산보다 인구가 많은 기초단체인 수원시(123만1000명)는 2조4054억(구청 포함)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 만큼 많은 예산이 지역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쓰여진다는 것이다.

지난 15일은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한 지 20년이 된 날이었다. 그 동안 울산은 타 지역에서 부러워할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우선 산업수도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고,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낸 것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UNIST와 각종 연구기관의 대거 유치로 지역의 연구개발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였고, 문예회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도 대폭 확충해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도 벗게 되었다. 특히 수출액과 같은 각종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생각에서도 그 성과가 나타났다.

울산시가 2016년 4월 실시한 ‘시민생활수준 및 의식조사(15세 이상 7336명)’에서 19.2%가 3년 이내 타 지역(이 중 72.1%는 울산 관내)으로 이사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과거(2006년 35.7%, 2012년 25.0%)에 비해서 크게 줄어든 바 그 만큼 시민의 정주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조선업의 불황으로 상황이 다소 나빠져 시에서 필요한 대책을 취하고 있다.

성년이 된 울산광역시, 이제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국내외로부터 심한 도전을 받고 있는 3대 주력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처방과 함께 4차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 육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이와 함께 행정의 궁극적 목표인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 누가 해야 할 것인가? 물론 행정기관이 선도해야 겠지만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달걀이 부화할 때가 되면 병아리는 안에서 껍질을 쪼고 어미는 밖에서 동시에 쪼아 깨뜨려서 부화하듯이, 울산의 행정기관과 시민,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울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합심해야 할 것이다.

이기원 전 울산시 기획관리실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