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기자 사회부

최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이 올라왔다. 한여름 경비실을 방문한 입주민이 30℃를 훌쩍 넘은 좁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경비실 에어컨 구입 비용을 모금하자는 내용이었다. 글을 올린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97만원이 모였고, 벽걸이 에어컨과 블라인드를 구매했다는 게시글이 영수증과 함께 뒤따라 올라왔다고 한다.

반면 얼마 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고, 에어컨 가동으로 환경이 오염돼 결국 모두 죽게 된다’는 황당한 내용의 유인물이 공개됐다. 대전에선 한 아파트 경비실에 설치된 에어컨이 검은 비닐봉지로 꽁꽁 싸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계량기까지 설치돼 있는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 울산에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입대위의 한 간부와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유서에도 간부를 지칭하며 ‘자신의 죽음에 답하라’고 적어놨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입대위)가 경비원, 관리사무소 직원 등 관리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위탁업체를 통해 인력을 파견받는 아파트 역시 경비원 등의 실질적 고용주는 입대위다. 경비원 등은 자신들의 밥줄을 쥐고 있는 입대위에 밉보여서 좋을게 없다보니 자연스레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의정부나 서울·대전의 아파트 경비원과 입대위 역시 ‘갑을’ 관계는 분명하지만 서로를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다르다.

소위 ‘갑질’이나 ‘주인님’ 행세를 한 서울·대전의 아파트보단 인간적으로 자신들을 대해주는 의정부의 아파트 경비원이 정성과 열의를 다해 일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아도 선하다. 입주민과 경비원 등의 만족도도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의 절반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한다. 입주민과 경비원 등의 관계가 더이상 ‘갑을’에 따른 갈등이 아니라 의정부 아파트 사례처럼 동행 관계를 택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사회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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