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사회부 차장

잊을만 하면 수화기 너머로 “학교폭력이 있었는데, 학교가 수습은 뒷전이고, 은폐만 하려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집에 들어오면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또래보다 발육이 늦어 작은 키로 혹시 다른 아이들에게 신체적 폭력이나 따돌림과 놀림을 당하지는 않는지 노심초사다. 신학기부터 3개월여 정도 몇몇 친구들로부터 사이버 괴롭힘을 당했던 초등학생 B군은 전학을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

며칠전 교육부가 울산 일선학교에서 빚어지고 있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내용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예상보다 심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중·고등학생보다 이제 갓 부모의 손길에서 벗어난 초등학생들의 피해 응답률이 높은 점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학생들이 느끼는 폭력의 정도도 교모하고 때로는 집요하게 지속성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 학교폭력 가운데서는 언어폭력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울산지역 응답학생 10만4708명(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까지) 가운데 피해 응답률은 0.8%(814명)로 나타났다. 전년도 대비 피해 응답률은 0.02%P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 2.0%, 중학교 0.4%, 고등학교 0.2%로 초등학교의 피해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5~10배 높은 수치다. 피해 유형별(복수응답)로는 언어폭력(76.5%), 집단따돌림(35.7%), 신체폭행(26.5%), 스토킹(25.8%), 사이버 괴롭힘(19.4%), 금품갈취(16.3%), 강제추행(16.1%), 강제심부름(9.5%) 순으로 발생했다.

이번 조사는 외부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아닌, 실제로 학교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내 폭력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교육당국은 이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학교폭력 예방 근절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울산의 폭력 피해응답률이 2014년 1.3%, 2015년 0.8%, 2016년 0.78%, 2017년 0.8%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학교폭력 피해발생이 더는 확대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교육당국 스스로가 위안받을 사안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면서 내놓은 대책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적당한지, 피해자 학생에 대한 교육종사자들의 관심과 배려 등 후속방안이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기에 몇점 수준에 달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쉬쉬’하던 관행이 오히려 학교폭력의 연령을 중·고등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낮추는데 기여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심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주 울산시교육청은 광역교육청 승격 2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20년의 발자취를 되새기면서 향후 새로운 교육비전도 공유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국 최상위권 학력달성, 지방교육재정 효율적 운용, 최고수준의 특수교육 지원, 인성교육 인프라 구축, 울산형 학생교육복지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0년후 광역교육청 승격 30주년 기념행사에는 이들 외에도 ‘학교폭력 ZERO’로 ‘학생들이 가고싶어하는 학교 전국 1위’ ‘학교폭력 정책 선진화 전국 최우수 교육청’이라는 성과물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