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울산 조선소 구조조정 여파
실직자들 트레일러 수송에 몰려
번호판값 1년반 새 3배로 껑충
장비 운전경험 없는 사람도 많아
투자금 날리고 신용불량자 신세도

조선산업 불황의 여파가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트레일러 번호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7일 부산지역 대형자동차 매매업계에 따르면 보험료율 100%짜리 기준으로 지난해 1월 1000만원 가량이던 운송사 법인 소유 트레일러 번호판 대여료가 최근에는 3000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도 1000만원 정도 상승했다. 개인이 소유한 개별번호판 매매가는 이 기간에 3500만~40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뛰었다.

이처럼 번호판 가격이 급등한 것은 조선업 불황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남과 울산지역 대형 조선소와 협력업체들의 폐업이나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사람들이 트레일러 운송에 뛰어들면서 번호판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레일러 번호판은 대부분 운송사 법인이 소유하고 있어 개인 차주들은 매월 수십만원의 관리비(지입료)를 내고 빌려야 운행할 수 있다.

새로 트레일러 수송에 뛰어든 조선소 퇴직자 중에는 대형견인차면허를 갖고 야드 트랙터를 몰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게차 등 다른 장비를 몰았거나 장비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로 알려졌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조선소 퇴직자들이 ‘밥벌이’라도 하려고 트레일러 수송에 나서고 있지만 자칫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리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중고 트레일러를 구입하고 번호판을 빌리는 데 드는 돈은 대략 1억5000만원 안팎이다. 새 차를 구입하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차는 대체로 5년 할부로 사는데 매달 300만원~400만원을 할부금으로 내야 한다.

열심히 일해 한 달에 1000만원 매출을 올려도 할부금, 지입료, 보험료 등 차량 유지비, 도로비 등을 빼고 나면 200만원을 손에 쥐기도 어려워 사고로 차가 파손되거나 큰 고장이라도 나면 할부금조차 낼 수 없는 지경에 처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