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여옥은 정견모주의 말대로 나무궤짝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철 궤짝이 들어 있었다.

모주가 다시 말했다.

“철 궤짝을 열어보아라.”

여옥이 힘을 다해 무거운 철 궤짝 뚜껑을 열어젖히니 철 궤짝 안에 금 궤짝이 들어 있었다.

여옥이 궁금해서 모주에게 물었다.

“금 궤짝은 우리 첫 아이에게 준 것이 아닙니까?”

여옥이 금 궤짝에 실어 보낸 죽은 아이를 떠올리며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 궤짝을 열어보아라.”

여옥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간신히 금 궤짝 뚜껑을 열자, 그 안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명아주 같이 작고 까만 눈동자로 여옥을 쳐다보았다.

여옥은 그 새가 너무나 귀여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 새는 여옥의 손바닥에 포르릉 날아올라 작은 날개로 날개 짓을 하며 연한 부리로 손바닥을 톡톡 쪼았다.

‘아, 정말 귀여운 새로구나.’

여옥이 그 새를 잡으려 하자 새는 여옥의 손을 떠나 정견모주의 왼쪽 어깨 위에 앉았다. 모주의 어깨너머로 찬란한 빛이 비쳐 여옥은 눈이 부셔 그 새를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정견모주가 말했다.

“가야산신 정견모주와 태양신 이비가지가 이 작은 가야새를 지킬 것이다.”

정견모주는 어깨의 새를 손에 올려 하늘로 힘차게 올려 보냈다.

“날아라, 가야새야. 너의 날개로 온 세상을 덮어라!”

작은 새는 정견모주의 어깨에서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작은 새는 가야산을 한 바퀴 선회를 하는 동안 어느 새 몸집이 커지고 꼬리가 길어져 큰 봉황이 되었다. 봉황이 다시 가야산을 한 바퀴 선회를 하자 거대한 대붕이 되어 천하를 뒤덮었다.

여옥이 꿈인 듯 생시인 듯 환영에서 깨어났다.

‘아, 정견모주님이 가여운 나를 돌아보셨구나.’

여옥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옥의 마음에 일말의 희망이 보였으나 칼을 든 병사들이 움집을 에워싼 상황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다시 출산의 진통이 계속되었다.

여옥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아.

유모가 말했다.

“눈앞에 무슨 색이 보입니까?”

“파란 하늘색이다.”

“아직 멀었습니다. 더 힘을 주세요.”

여옥은 삼베수건을 질끈 물고 힘을 주었다.

“무슨 색이 보입니까?”

“주황색이 보여.”

“이제 다 되어 갑니다.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유모는 여옥의 팔을 잡고 찬모는 가랑이를 붙잡고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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