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철진 한국무역협회 울산기업협의회 회장 (주)대화엔지니어링써비스 대표이사

지난해까지 잔뜩 움츠러들었던 울산의 수출이 올들어 5월말까지 11.9%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및 세계경제 호전이 주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유가약세에 조선수출 부진, 보호무역주의, 사드보복, 미국 금리인상 등 부정적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울산경제는 과거에도 대외변수들에 직면할 때마다 크게 출렁이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울산은 제조업 생산비중이 51.8%로 전국평균의 2배에 이르는 산업구조상 대외여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기업 하청구조에 익숙한 울산의 중소기업들은 대외적 환경이 악화될 경우, 대기업으로부터의 오더 급감으로 생존문제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외여건에 따라 지역경제가 과도하게 출렁이는 부분을 최소화해 나가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울산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전선에 직접 나서도록 독려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울산에 소재한 수출지원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울산에 소재한 기업의 수는 많지만 해외마케팅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어서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수행하기가 너무 힘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울산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수출이 가장 많은 지역중 하나인데 해외마케팅에 관심 있는 기업이 적다니 참으로 의아한 대목이지만 울산의 산업구조가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조선 등의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기자재나 부품 등을 납품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 직접 수출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를 다른 측면에서 바라 본다면 울산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호황기에 대기업 납품에만 안주해 어려운 시기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해외시장을 확보하는 일을 소홀히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비교자료를 보면 환율 변동에 따라서 매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수출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내수기업보다 2~3% 이상 높다고 한다. 또한 수출 거래의 경우 내수와 달리 3~6개월짜리 어음으로 운영자금이 묶일 우려가 없어 회사의 경영에 훨씬 유리한 측면도 있다.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거나 반대로 해외 어느 국가의 경기가 침체될 때 여러 국가에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돼 있는 기업일수록 더 쉽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필자는 회사 경영을 처음 시작한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매년 해외전시회와 무역사절단 등에 참가해 신규바이어를 발굴하고 기존 바이어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사업 초창기에만 해도 해외마케팅에 함께 참가하는 30대 초중반의 혈기왕성하고 의욕적인 기업 대표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필자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연배의 기업인들이 대부분이지 당시와 같이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젊은 기업인들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서 우려가 앞선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창업 지원사업과 벤처캐피탈, 엔젤펀드 등 창업 펀드의 활성화로 혁신적인 신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창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선, 자동차 등 대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이들 기업에 납품하던 중소기업들의 일거리가 줄어들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많아졌다고도 한다. 이들 기업이 좁은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넓은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기업 경영을 함으로써 더 많은 지역 중소·중견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북극에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 전기장판을 수출할 수 있다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갖춘 많은 창업기업과 강소기업들이 배출되어 어떤 어려운 대외 여건도 헤쳐나갈 수 있는 탄탄한 기초 체력을 갖춘 울산의 경제와 수출이 되기를 희망한다.

윤철진 한국무역협회 울산기업협의회 회장 (주)대화엔지니어링써비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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