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기관에 감사인력 20여명 투입…국정원은 제외
점검 결과 내년도 예산 반영토록 8월 중 신속처리

▲ 돈봉투 만찬

법무·검찰 간부들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 감사원이 전격 실태점검에 나섰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에 특수활동비 등 35억원 지출 논란도 있었다.

감사원은 19일부터 2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대통령실, 법무부 등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을 벌인다고 18일 발표했다. 

20개 기관 중 국정원의 특수활동비가 가장 많지만, 주요 예산이 모두 특수활동비라 다른 부처와 성격이 다르고 고도의 기밀유지 필요성을 고려해 이번 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결여에 대한 국회·언론의 비판이 지속되고 ’돈 봉투 만찬‘ 사건 등을 계기로 특수활동비 사용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했다”며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편성에 점검결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신속처리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이 9월 1일이기에 8월 중에 점검결과를 확정하겠다는 뜻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를 구비하는 데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돼왔다. 올해 편성된 특수활동비 예산은 20개 정부기관, 총 8천938억원이다. 

특수활동비 집행기관은 국정원(4천930억원), 국방부(1천814억원), 경찰청(1천301억원), 법무부(285억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124억원), 대통령경호실(106억원), 국회(81억원), 국민안전처(81억원), 미래창조과학부(58억원), 국세청(54억원), 감사원(38억원), 통일부(21억원), 국무조정실(12억원) 등이다.

감사원은 국정원을 제외한 19개 기관을 대상으로 작년 1월1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표본으로 집행방식, 증빙실태 등을 비교 분석하고 문제사례를 찾아내기로 했다.

특히, 특수활동비로 편성할 필요가 있는지, 편성 수준이 적정한지 면밀히 검토해 기밀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우 자진 감액하거나 일반 예산으로 변경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특수활동비 점검과정에서 위법·부당 사항이 발견되면 별도로 감사를 실시해 엄정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점검 초기부터 예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점검 결과가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편성에 즉각 반영되도록 하고, 관련 규정도 함께 개정토록 해 경비지출의 투명성 확보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현재 특수활동비는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편성되고,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집행된다. 증빙서류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구비하게 돼 있다.

아울러 감사원은 우리나라의 특수활동비와 유사한 예산이 있는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미국은 CIA·백악관 등에 특수활동비에 해당하는 예산이 있고, 일본은 ‘보상비(報償費)’라는 명목으로 10개 부서에서 연간 75억엔(753억원)을 집행, 독일에서는 수상실 특별집행준비금이 있어 총액으로 의회 승인절차를 거쳐 집행한다. 

한편 감사원은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2006년 국회 요구로 한 차례 감사한 적이 있다. 

감사원은 국정홍보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국가청소년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4개 기관의 특수활동비 중 2005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사용된 9억5천여만원에 대해서만 감사했다. 

당시 감사원은 “특수활동비의 상당 부분이 간담회 비용 등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편법 집행됐다”며 업무성격에 맞게 전환 편성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고, 국정홍보처의 경우 영수증 등 구체적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활동비를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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