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기적인 잣대로 다투지만 말고
공동의 발전을 위해 머리 맞대야

▲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새 정부의 주요공직자 인선문제를 두고 누구는 절대 안된다 누구는 된다며 꽤 오랫동안 요란하다. 그런 몇 달째 해프닝으로부터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앉은 사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꾸 떠오르는 오묘한 신조어 표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이 기가 막히게 맞닿아 있다.

공직배제 5대원칙을 내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패기는 사실, 지난 정권 공직자인선 청문과정마다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학을 떼고,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안하겠다는 선언적 태도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수가 바뀌었다. 새정부에서도 비슷한 크고 작은 이유로 여전히 공직자 인선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얼마전엔 대통령까지 나서 야권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현실은 쉽지 않다. 실제로 역량이 뛰어난 인재이면서 지난 수십년 사이 횡행했던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친인척 병역비리 등 공직배제 5대 원칙 중 어느 것 하나도 흠결이 없는 경우라면 온 국민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국정에 임하는 고위 공직자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될 뛰어난 자질’을 봐서 ‘이번에는 덮고 갑시다’이다. 아차했을 것이다. 과거에 비슷한 이유로 여러 후보들을 낙마시키고 불통 정권이라 힐난했던 전력이 거꾸로 스스로의 목을 겨누는 명분이 되어 돌아왔으니까. 더해서 현재의 어떤 야당은 복수의 계절을 만끽하는 중이다. 예전에 너희가 그랬으니, 이번에 너희도 한번 당해보라는 심보가 보인다.

사실 정국이슈만 ‘내로남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 모든 것에 정말 많은 ‘내로남불’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파리기후협정 탈퇴, 한미FTA 재협상, 북핵, 사드, 중국, 일본 이슈가 있고, 가까이는 엊그제 통과된 최저임금 인상, 프렌차이즈 갑질, 노후 원전 폐쇄와 탈핵정책에 대한 학계와 전문가, 시민단체, 위원회의 입장 차이에서부터 각종 연구분야, 정책, 사업 지정과 관련한 이슈까지 어느 것 하나 아닌 것이 없다. 바야흐로 ‘내로남불’의 시대다.

하지만 이 ‘내로남불’ 시대에 대한 결론을 내라 한다면 필자는 ‘너무 좋다’다. 서로 역지사지 겪어보면 남부끄러워 겉으로 표현은 못할지언정 이해는 쌓이기 마련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조차 그 뜻은 로맨스와 불륜의 상대적 의미를 인정하는 ‘통찰’을 품고 있다.

나만의 요구조건과 다름없는 이기적 명분만 내세우며 다투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겪어보는 것이 ‘통찰’을 얻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최저시급 인상으로 늘어날 내 사업 인건비 부담만 생각하지 말고, 아르바이트하는 내 조카, 내 자녀가 조금이라도 웃을 표정을 생각하면 좋겠다. 각종 보직과 위원회도 돌아가며 맡아보고 돌아가며 내려가본다면 이해 못할 현안과 협조하지 못할 이슈가 어디 있겠는가?

온갖 명분을 갖다 붙여서 상대를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난 듯한 규칙을 만들고 강화시켜 서로를 헐뜯게 하는 내로남불은 이제 좀 그만하면 좋겠다. 누가 그랬다. “서로의 역할과 분야, 잘 하라고 잘 되라고 박수쳐주고 잘했다 잘했다 칭찬해도 모자랄 판국에 너희들은 왜 서로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 그랬다. 치사하게 내로남불 잣대 만들어 헐뜯고 깎아내리지 말고 다 인정해주시라. 자기 분야에서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다. 서로 끌어내리기 경쟁이 아니라 서로 잘하기 경쟁이라면 그것 못할 겁쟁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명분도 없는 내로남불은 이제 끄~읏!

정연우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