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얼마 전 병원을 방문한 30대 여성은 유두(젖꼭지) 끝이 너무 민감해지고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했다. 일반적인 유두 통증의 경우 유두자체에 습진이 생기거나 정상적으로 유두에 보습을 해 주는 분비물이 줄어들 경우에 발생하지만, 특별한 원인 병변 없이도 생리주기에 따라 몸상태가 전반적으로 나빠져도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증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호전되며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유두의 통증과 불편감과는 다르게 유두를 만지거나 자극을 주면 기분이 가라앉고 좀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서 이게 ‘슬픈 유두증후군’(Sad Nipple Syndrome)이냐며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남의 집에 가서 혼자 잠드는 기분” “유두를 만지면 마치 이 세상에 오롯하게 나 홀로인 ‘우주먼지’같은 아련한 기분”이라고 하니 상담하는 입장에서도 대략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의학용어로 ‘슬픈 유두증후군’이라고 정의된 바는 없으나, 최근에 인터넷상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일 가능성이 높다. 의학적으로 이와 비슷한 증상을 일컫는 용어는 있는데, ‘D-MER’(Dysphoric milk ejection syndrome·불쾌한 모유수유 증후군)이다.

2010년에서야 증례보고로 이런 증후군이 세상에 알려진 정도니 아직까지 그 병인에 대해서 확립된 바는 없다. 모유가 나오려면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이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데, 일부 여성은 이때 행복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줄어들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증상과 비슷한 슬픈 유두증후군은 좀 더 과학적인 방법, 즉 호르몬 측정이나 대조군 연구를 통해서 입증돼야 그 실체를 인정받을 것이다.

어쨌거나 슬픈 유두증후군이나 불쾌한 모유수유증후군이 행복호르몬인 도파민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외롭게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고된 상황에서 더욱 심해질 것이다. 반대로 연인과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도파민과 엔돌핀이 우세하다면 우울감 없이 행복하게 지날 순간들이다. 세상에 사랑만한 명약은 없으니,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나누며 함께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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