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시련을 변화의 동력으로
눈부신 발전 이뤄온 부모세대 이어
적절한 위기대처로 더 나은 미래를

▲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위기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전쟁, 재난과 같이 국가적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설명하는데 사용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민주주의에서도 전 세계가 주목할 정도가 됐다. 그 과정에는 어김없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나갔던 우리 부모님, 선배세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필자의 인생에서도 고난과 역경은 여러 차례 있었고, 새로운 교훈을 얻거나 극복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그려졌던 모습처럼 필자의 부모도 6·25 전쟁 때 월남했다. 전쟁으로 500년 이상 된 가문의 생활 터전을 옮겨야 했던 부모님에게는 일제 강점기, 6·25 전쟁 등 인생 자체가 위기의 연장이었다. 전후 60~70년대의 위기는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것 자체였고, 어렸던 필자의 기억 에 각인,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후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초반, 학업보다 민주화 열망이 담긴 시위로 점철된 혼란, 그 자체로 국가 정치의 위기 시대였다. 또한 90년대 후반 발생한 IMF 사태는 국가 경제의 침몰 위기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과 금모으기 운동 등으로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재난연구를 시작했던 90년대 초반은 구포열차사고,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 사회재난과 홍수, 태풍, 가뭄 등의 자연재난이 해마다 발생했고, 당시 갓 시작된 재난연구진의 한 사람으로 수많은 고뇌와 한계를 느꼈던 시대였다. 한마디로 국가 재난관리에 있어 위기의 시대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정년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필자에게 이후의 삶은 또 하나의 위기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대부분을 학업과 연구, 공직에 종사했기 때문에 공부와 연구를 벗어난 공직 이후의 삶은 어떨까 생각하면 걱정과 우려가 앞서기도 한다.

이렇듯 국가적 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많은 위기와 역경, 그리고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은 늘 상존한다. 시련이 사람을 키우듯 위기는 나라의 경제, 산업, 정치적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추동력으로도 작용해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과거보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기술과 과학, 문화, 경제 등이 세계화 추세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면서 위험 요소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에 작고한 유명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러한 위험한 현상으로 가득 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정의한 바 있다. 위험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위험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사전에 위험과 위기를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안보적, 경제적 위기감이 적지 않다. 울리히 벡의 주장처럼 미래에 발생가능한 모든 문제를 예상하고 다양한 대책을 미리 세운다면 오히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세계 역사상 모든 우수한 문명과 문화는 어김없이 고난과 역경의 소산이다”고 말했다. 어쩌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크거나 작거나 미래에 다가올 고난과 역경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 부모와 선배세대가 만든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은 위기를 잘 관리하고 계십니까? 또 미래에도 그럴 준비가 되셨나요?

심재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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