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車 노조, 파업 유보 배경과 전망

▲ 박유기 현대차노조지부장이 18일 노조사무실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른 파업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업투표 가결·중노위 중지 결정에도 이례적 행보
내부 부정기류 등 파업 찬성률 10년만에 최저 영향
해고자 복직·정년 연장 등 의견차 커 불씨는 여전

파업 절차를 마무리 지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여름휴가 전 파업 대신 집중교섭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투표 가결 및 조정 중지까지 받아놓고도 곧바로 파업이 아닌 대화를 선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과 낮은 파업 찬성률로 확인된 현장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노조의 이같은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0년만에 최저 파업 찬성률에다 국민 비판적 시각도 부담

합법적 파업 절차를 끝낸 노조는 18일 중앙쟁대위원회에서 “여름휴가 전까지 집중교섭을 통해 의견접근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파업 대신 대화를 선택했다. 교섭 결렬과 파업 투표를 끝내고 조정 중지까지 받아낸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은 이례적이다.

최근 5년 간 현대차 노사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노조는 첫 쟁의대책위 회의에서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가 파업 대신 집중교섭을 선택한 것은 현장에서 파업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상당 부분 퍼져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재적대비 65.93%를 기록했다. 이는 임금협상 및 임단협을 다룬 파업 찬반투표 중 2007년(62.95%)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특히 지난해 임금협상 파업 찬반투표 당시 기록한 찬성률 76.54%와는 10% 넘게 차이난다.

현대차 노조 파업에 잇따랐던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비롯해 모두 24차례 파업하고 12차례 주말 특근을 하지 않았다. 회사는 분규에 따른 생산차질 규모를 14만2000여대, 3조1000여억원으로 추산했다. 노조의 전면파업 당시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했다.

긴급조정권이란 노동조합의 파업·쟁의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되는 조치를 말한다. 이같은 상황에 ‘안티 현대차 정서’는 크게 확산됐다.

지난해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에서 “협상 장기화로 협력업체의 경영난과 고객의 불편을 초래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한 노조의 발언도 결국 국민들의 비판적 시각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파업 불씨는 여전 노사 상생의 길 택할까

당장 노조가 파업을 유보했지만 여름휴가 이후 교섭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의 파업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노위 조정 회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올해 임단협 교섭을 두고 노사 간 이견차가 크기 때문에 교섭이 녹록지만은 않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정년 연장(국민연금 지급 시기까지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사회공헌기금 확대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해고자 복직, 일부 조합원 손해배상·가압류·고소·고발 취하,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이들 안건 가운데 지금까지 노사가 합의한 것은 아직 한 건도 없다. 안건마다 견해차가 큰 상황 탓에 회사도 제시안을 내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금과 성과급,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은 올해 교섭에서 쟁점이 될 소지가 크다. 김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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