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强외교로 확보한 ‘한반도 이니셔티브’ 구체화 통한 대북기조 해석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상외교 성과설명을 하기 위해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간담회 하고 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남북대화 제의에 美 부정적 반응에 ‘달래기’ 의도도 깔린 듯
‘인도적 대화→남북관계 개선→북핵문제 개입 폭 확대’ 분석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포괄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조를 밝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4당 대표 초청 오찬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조건이며, 그와 별개로 인도주의적인 대화는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한·미·일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해법을 찾아 나서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인도적 문제는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투트랙 기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일단 최근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의 한반도 4강(强) 정상외교에서 확보한 ‘한반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대화 병행,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 남북대화 필요성 등 자신의 한반도 정책 기조를 대거 담은 한미 공동성명을 도출한 바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지지한다고 밝혀,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정책에 대한 주도권 확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G20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최대한의 대북 압박과 추가제재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새 결의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북한이 ‘올바른 길’을 택하면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같은 일련의 4강 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 이슈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는 큰 틀의 그림을 의미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구체화하지 못했다.

북핵 해법을 놓고 미국·일본 대(對) 중국·러시아 대결 구도가 여전하고 북한 문제에 키를 쥔 미국과 한국 새 정부의 시각차도 아직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문제의 해법이 궁극적으로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연계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완전히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핵화 대화에 있어서는 ‘올바른 여건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기조를 따르되, 인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주도권 행사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투트랙’ 기조는 이런 엄혹한 국제사회의 외교역학을 다각도로 감안한 현실적 해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의 남북대화 제의에 대해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왔고, 이 조건들은 지금은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고 일본도 대북 압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이 ‘북핵-인도적 대화’ 투트랙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이 4강 정상외교를 통해 대화·제재 병행과 인도주의적인 대북 대화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주도는 이미 짐작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남북대화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대화의 ‘디딤돌’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이라는 명분으로 재개한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면 여타 북한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개입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이날 발행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의 최근 대북 대화 제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북한도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하는 만큼 한국이 들어갈 틈은 없다”면서도 “북한과 신뢰관계를 구축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한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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