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해상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전 국제로타리 3721지구 총재

지난 1일 소형어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주민 5명은 평양출신 과학자 가족으로 밝혀졌다. 또한 평안북도 신의주 모처의 김정은 별장 경비부대 병사 1명도 지난달 10일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다. 지금 북한에서는 이제 누구든 마음을 먹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탈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통일부 북한기록센터는 얼마전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실태 시범조사를 했다. 시범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중 공개처형 장면을 봤다는 수가 응답자의 87%에 이른다.

탈북민의 진술사례를 살펴보면 강제북송, 구금시설 또는 조사과정에서 권총이나 손으로 폭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고, 가족이 심문 도중에 항변하다가 지속적이고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인해 뇌출혈로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령이 신격화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억압체제에서 빈곤과 굶주림에 지친 많은 탈북민들이 공포와 비참한 현실에 처해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한국으로 탈북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이 되는 시점이 앞으로 10년, 20년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점은 북한사회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주민이 변하고 북한체제가 변하면 우리도 독일과 같은 통일의 기회가 올 것이다. 현재 하나원을 퇴소하고 울산으로 전입하는 탈북민이 거주지에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초기 정착지원이 제일 중요하다. 지역사회에 전입하는 탈북민들에게 버스안내 책자 제공, 시티투어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프로그램이라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경직된 북한체제 속에서 살다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직장문화 등 생소한 환경 속에서 지역사회의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수동적이고 의식변화도 더딘 편이다. 그리고 신체적, 심리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많아서 한국사회의 적응을 힘들어 한다. 탈북민들은 또 저임금, 낮은 생활기반으로 인해 의료비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탈북민의 실질적인 생활안정과 자립, 자활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취업의 연계가 절실하다. 탈북민이 취업한 일자리는 특별한 직업능력이 없어도 일할 수 있는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탈북민들이 취업과 이직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편견, 차별대우, 노동강도와 규율의 차이, 문화차이와 언어문제 등이 탈북민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같은 시민, 이웃, 동료로 받아들이고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울산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수가 어느덧 600명에 이른다. 울산에 정착하는 탈북민은 해마다 늘고 있다.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퇴소하게 되면 자신이 거주할 임대주택은 지원이 되지만, 당장 필요한 기본적인 생필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대덕기공은 지난해부터 울산하나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울산이주 탈북민 가정에 TV와 생활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에만 있는 지원사례라서 다른지역 정착 탈북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울산자유 로타리클럽’은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초의 탈북민 봉사단체다. 탈북민 25명으로 구성돼 정기적인 모임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울산양육원 청소, 목욕봉사와 소망농장 봉사활동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서로 정보도 나누면서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울산자유 로타리클럽’의 이러한 봉사와 사회참여 활동은 울산에 전입하는 탈북민들의 지역사회 정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지금 미약하지만, 봉사와 나눔의 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통합을 이루고, 꿈과 도전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7월27일은 우리나라의 비극인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을 맺은지 64년째 되는 날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찬 바람은 나무의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남북관계가 심하게 흔들리지만, 통일에 대한 열정과 균형잡힌 시각, 건강한 안보관을 가진다면 통일은 기적처럼 다가올 것이다.

최해상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전 국제로타리 3721지구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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