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건설중단 관련 ‘군중심리’ 우려
실제 안전성과 별개로 부풀려진 불안감
안정된 전력공급 위해 이성적 판단 절실

▲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프랑스의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저서 ‘군중심리’에서 개인의 이성적 사고력은 군중 속에서 사라지며 집단화된 군중심리가 지배하게 된다고 했다. 문제는 이성을 가진 개인과 달리 군중은 감정이 앞서며 비이성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중단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군중심리’가 그 근저에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해 12월 개봉되었던 영화 ‘판도라’에 의해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와 지난해 9월12일 경주지역에서 진도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판도라’ 개봉은 불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영화를 관람하고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원전의 안전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경제성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환경친화적 발전이며, 아직 한번도 지진으로 인해 사고가 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먼저 우리 원전은 과거 사고가 발생했던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원전과는 다른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체르노빌의 경우 러시아형 원전으로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격납용기’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의 경우는 격납건물이 1.37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만들어져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에는 안전하게 멈췄지만 연이은 쓰나미에 외부 전원이 차단되고 비상발전기가 침수됨으로써 냉각수 공급이 중지되어 핵연료가 공기중에 노출되고 발생한 수소에 불꽃이 붙으면서 건물이 폭발했다. 하지만 국내 원전은 이동형 발전기로 비상시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고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산소와 반응시켜 물로 만드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영화 ‘판도라’를 시청한 국민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원전이 영화에서처럼 폭발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전의 경우 원자폭탄과 달리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므로 폭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원전에 사용되는 우라늄235의 경우 원자폭탄은 95% 이상으로 농축 사용하는데, 원전에 쓰이는 핵연료는 2~5%로 농축하게 된다. 불이 붙는 고농도의 알콜과 달리 맥주와 같은 저농도의 알콜을 함유한 물질은 불이 붙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 지역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방사능 피폭 정도가 높지 않다. 후쿠시마 성인들은 평균적으로 사고이후 첫해에 4mSv 가량 피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과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0mSv 이상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 17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원전 근처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승인 시 원전의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성 단층 등의 지질현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즉 전자회전공명(ESR) 연대측정결과 186만년 이전 활동한 것으로 활동성 단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고리 5,6호기는 진도 7.0 이상 기준으로 내진 설계가 되어 5.8규모의 경주 지진에도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1978년 4월 본격적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1호기 이후 우리 원전은 40년 동안 경제적인 전원 공급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최근 세계적인 원전 수출국으로서 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산업을 지원하는 안정된 전력공급을 위해 원전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길부 국회의원(울산 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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