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실장만 사실상 고정석…나머지 수석·보좌관은 비지정석

자리 경쟁 치열…전 정권 때는 편제표 순으로 좌석 정해져
文대통령, 탁현민 기획한 국정과제보고대회…“산뜻한 방식” 칭찬

▲ 20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주영훈 경호실장(오른쪽)이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는 4실장(비서, 안보, 정책, 경호)만 사실상 고정석이고 나머지 수석들은 고정석 없이 회의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비지정 좌석' 제도로 운영되어 "자리잡는 게 전쟁이야" 라는 농담이 오간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는 고정석 없이 회의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 ’비지정 좌석‘ 제도로 운영된다.

사실상 고정석이 있는 참석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등 청와대 4실장 정도다.

문 대통령 오른편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앉고 왼편에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앉는다. 주영훈 경호실장은 비서실장 옆자리에 앉고 장하성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 바로 맞은편 자리에 착석한다.

그날 회의의 주요 안건을 발표하는 참석자는 주로 장 실장 옆자리에 앉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사용할 때는 출입구 쪽에 설치된 대형 화면 앞자리에 자리 잡는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수석·보좌관은 그야말로 일찍 도착하는 순서대로 기호에 따라 자리를 잡는다.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으려는 참석자가 있는가 하면 카메라에 잘 비치는 자리를 선호하는 참석자도 있고,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를 고르는 참석자도 있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 간 자리경쟁이 치열하다. 20일 수석·보좌관 회의 전 참석자끼리 차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청와대 수석은 “자리 잡는 게 전쟁이야”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17일 수석·보좌관회의 때도 자리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은 정확히 오후 2시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회의장소인 여민관 3층 소회의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았으니 본의 아니게 ‘지각’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공석이 있네요”라고 말했고, 뒤늦게 임 실장이 입장해 자리에 앉자, “이 자리에 못 앉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비지정석으로 운영되는 회의지만 4실장의 자리는 ’알아서‘ 비워놓는 것을 보고 가볍게 농담을 던진 셈이다.

지난 정부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는 청와대 직제표 순서대로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정책조정수석이 최선임이었고 정무·민정·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외교안보 순으로 자리가 정해졌다.

회의장소도 여민관 3층 소회의실이 아니라 옆 방인 대회의실이었다. 대회의실은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장을 그대로 축소해둔 형태로 꾸며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회의실은 좌석 간격이 넓어서 밀도 있는 토론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정해진 결론 없이 치열한 토론을 하기 위해 소회의실을 회의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제 국정운영계획 국정과제 발표를 보셨다. 내용도 잘 준비됐지만, 전달도 아주 산뜻한 방식으로 됐다”고 말했다.

이에 장하성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보고대회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 발표자가 무선 마이크를 착용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다양한 제스처를 활용해 전달력을 높이는 ‘스티브 잡스식’ 발표로 진행됐다.

국정과제보고대회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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