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후진국 오명’ 사우디, 국제적 관심에 부담 느낀 듯

▲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우디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유튜브캡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금지된 미니스커트와 짧은 민소매 상의를 입고 유적과 사막을 다니는 동영상을 찍은 여성이 조사를 받은 뒤 체포 당일 불기소 석방됐다고 사우디 문화공보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문화공보부는 “이 여성이 18일 경찰에 체포돼 수 시간 동안 신문을 받고 이날 밤 석방됐다”면서 “이 여성은 기소되지 않았고 사건은 종결됐다”고 발표했다.

또 “이 여성은 자신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돌아다닌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신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에 어떻게 자신의 스냅챗 계정에 게시됐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여성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우디에서 노출 의상을 입거나 운전하다 체포된 여성 ‘풍속사범’이 불기소 석방된 것은 이례적이다.

초범이라도 수일간 구금되거나 벌금형을 받고, 상습적인 경우엔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또 여성의 인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사건의 장본인을 석방했다고 정부가 보도자료를 내 공식 확인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 니캅을 입고 외출한 사우디 여성들.

이런 사건의 결과는 통상 담당 변호인이나 여권 단체를 통해 언론에 알려졌다.

사우디 국영 매체도 이 여성을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지지 여론도 소개하면서 어느 정도 균형 잡힌 논조로 보도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불기소 결정은 이 동영상이 외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자 사우디 당국이 처벌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그렇지 않아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 출국, 취업하지 못하는 보수적 종교 관습으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최근 30대의 젊은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제1왕위 계승자가 사우디의 경제·사회 개혁 장기 계획인 ‘비전 2030’을 추진, 여성의 교육과 사회 활동 참여를 강조하면서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앞서 메시징 앱 스냅챗의 ‘모델 쿨루드’라는 계정에 15일 게시된 동영상에서 이 여성은 사우디 중북부 유적 우샤이키르의 골목과 사막을 미니스커트와 배가 보일 정도로 짧은 민소매 상의를 입고 활보한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시행되는 사우디에서 여성은 집 밖으로 나갈 때 아바야(검은 통옷)와 히잡을 써야 한다.

이 동영상이 확산하자 사우디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게 벌어졌고 경찰은 이 여성의 신원을 추적한 끝에 18일 검거해 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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