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신념으로 맞선 조선젊은이 박열
질곡을 딛고 일어선 세계사 주역들처럼
도전과 모험정신으로 자기 삶 개척하길

▲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조선의 젊은이 ‘박열’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는 일제에 나라를 잃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니키스트의 신념을 가지고 항일운동을 했다. 일본 천왕을 폭탄으로 테러하려다 붙잡혀 재판을 받으면서도 식민지 청년의 당당한 모습을 견지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시대의 젊은이를 생각했다.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은 고달프다. 태어나 걸어 다닐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시달려 왔다. 성장기에는 대학입시에 맞추어진 학교 교육으로 치열한 성적 경쟁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즐기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에 도전해 본 적이 별로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우리 사회는 많은 스팩을 요구하고 그 조건을 맞추다가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 졸업장을 받자마자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하는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학력은 높으나 미래에 대한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젊은 문화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일간지 WP에서 한국의 헬조선 현상을 조명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사는 것은 지옥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근사한 직업을 보장받는데, 흙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에 저임금을 받고 혜택 없이 살아간다.” 이 것이 외국 기자의 눈에 비쳐진 한국 사회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식민지 조선 청년 ‘박열’처럼 주어진 환경은 척박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삶을 개척하는 젊은이가 그립다.

우리는 옛날 중국 북방의 유목민을 ‘오랑캐’라 했다. 오랑캐는 황량한 들판을 떠돌며 국경을 넘어 약탈할 기회를 노리는 야만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이 세운 금나라는 1234년 몽골에 망한 이후 나라없는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소규모 부락단위로 갈래갈래 찢어져 살면서 수백 년 동안 조선과 명의 변경을 약탈하거나 원조를 받는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17세기가 열리자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오랫동안 중국의 변방을 떠돌면서 세력을 키워 만주 땅을 통일한 다음 몽골과 조선을 굴복시키고 중원을 석권해 대륙의 주인이 된 것이다. 중국 본토에 청나라를 세운 젊은 오랑캐들의 성공은 40년이라는 단기간에 기적처럼 이뤄낸 성과이다. 오랑캐의 젊은 지도자들은 용맹과 지략으로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 냈다. 이들은 완전히 새롭고 더욱 큰 것을 키워내는 창업정신이 배여 있다. 이 오랑캐 정신은 국가나 민족 차원에서는 작지만 강한 힘을 지향하는 변두리 국가의 생존 전략이며 개인으로 봐서는 스스로 당당하고 세계를 향하여 열린 삶을 디자인하는 자기 혁명의 정신이다.

오랜 세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그 나라의 젊은이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추방된 후 처참한 피의 역사를 견디고 1인당 GDP 4만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을 만들었다. 그 나라가 반세기 만에 기술 입국의 기적을 이룬 비결은 이스라엘 사람들 특유의 정신문화에 있다. 세계 기업가와 투자가들은 그것을 ‘후츠파 정신’이라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을 이끌어온 창조 정신이다. 스스로 자만심을 내려놓고 함께 토론하며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이며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용기이다. 도전과 열정을 아우르는 기업가 정신과 만나 청년 창업 등 자기 삶을 개척하는 정신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후츠파가 엄청난 용기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오랑캐 정신과 후츠파 정신이 접목된 인간형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금수저와 기득권의 힘이 거대해보여도 주눅들지 않고, 창의적 생각을 실천하는 정신을 가진다면 우리도 선진 국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항일 운동가 박열처럼 우리의 유전자에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는 신념이 있다. 젊음의 상징은 열정과 도전이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게 없고 못할 게 없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젊음이 있지 않는가. 돼지는 하늘을 보지 못하는데 넘어져 봐야 하늘을 볼 기회가 생긴다. 공시족이든 알바 인생이든 오늘의 젊은이들이여, 도전과 모험으로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기 위해 오랑캐 정신과 후츠파 정신을 발휘해보라.

여창엽 장검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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