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수 다담은갤러리 운영위원

관가정(觀稼亭)은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에 있는 고택이다. 조선시대의 주택으로 중종조 명신인 우재(愚齋) 손중돈(孫仲暾) 선생이 1514년 건립하였다 한다. 2014년이면 관가정의 건립으로부터 500년이 되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기도 하다. 관가정은 특이하게 대문이 사랑채와 연결되어 있어 조선중기의 남부 지방 주택의 연구 자료가 되고 있으며 1966년 보물 제442호로 지정되었다. ‘곡식을 심어 자라는 기쁨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손과 후진을 양성하겠다’는 ‘관가(觀稼)’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고택이다.

이 건물의 구조는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검소하면서도 매우 합리적인 배치를 하고 있다. 이 중에서 내가 관심 갖는 것은 사랑방의 위치와 바깥마당의 관계를 말하고 싶다. 안마당은 안채 대문을 통과해야 하며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바깥마당은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온 동네 아이들이 이 마당에서 뛰어 놀기 좋은 분위기다. 마당의 넓이도 7~8명의 아이들이 함께 놀기는 충분한 넓이를 하고 있다. 사랑방의 주인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사랑방 난간에 기대어 내려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이 이곳에서 떠들며 노는 것을 주인이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가끔 노는 아이들에게 곶감을 하나씩 빼어주면서 아이들 간에 생기는 충돌을 일러주며 가르치는 것도 좋은 교육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노인들이 장수(長壽)한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외롭고 허전하다. 그러나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면 생기를 찾는듯하다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른다.

요즈음 대형 주택단지의 아파트에는 초창기 아이들의 놀이터가 있었다. 농구장, 배드민턴장, 작은 축구장까지….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놀 수 없었다. 이유는 직업의 특성상 2교대 또는 3교대하는 직장을 가진 분들이, 낮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아이들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관리실에서 시설들을 철거해 버렸다. 따라서 아이들은 함께 놀아줄 아이들도 없다. 그래서 학원으로 내몰리며, 심지어는 놀아주는 학원이 생길 정도다.

아이들은 함께 놀면서 예(禮)를 배운다. 이런 것들도 학교교육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이론에서 보다는 실제에서의 경험들을 쌓고 활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요즈음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느니, 자기표현을 잘못한다느니 하는 문제는 학원에서 책을 통해 배우는 것 보다, 일상생활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학교교육 중 체험학습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교장실 옆을 지나가면 복도 마루판 소리도 나지 않도록 뒤꿈치를 들고 다니고, 어른이 계시는 방 앞에서는 정숙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정숙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으라고 교육 받았다. 한때 그런 교육의 패턴을 깨뜨린 분이 계셨다. 쉬는 시간에 교실 출입문을 뒤돌려 차면서 문짝을 깨어버린 학생을 목격했다. 이 학생에게 조용히 타이르며 “그런 날쌘 몸으로 성장하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무엇으로 봉사하겠느냐”는 물음에 이 학생이 엉급 결에 대답하기를 “태권도를 배워서 특전사의 군인이 되겠습니다.” 그 학생은 졸업하고 이듬해 베레모를 쓴 군인이 되어 학교를 찾았다고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하여 창의력을 키운다는 말과, 관가정의 사랑채는 놀이를 통해 학습하고 소통, 양보, 배려, 화합을 가르치게 한 교육의 장(場)으로 활용되었다는 분위기를 회상하면서,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어본다. 육아수당이 나온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어 한 마디 해본다.

박현수 다담은갤러리 운영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