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형 고래등대’를 짓겠다는 서동욱 남구청장의 공약 실현을 뒷받침 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나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망대와 호텔을 접목한 체류형 관광시설로 짓기에는 1000억원이 넘는 재원마련이 쉽지 않고, 절차가 까다로워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어 상업시설인 호텔을 뺀 전망대 우선 건립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300억원 규모의 사업비로 전망대를 건립한뒤 향후 여건과 법률적 여건이 되는 시점에 호텔을 건립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의미지만 의구심이 남는다.

전망대로서의 효용성 부분으로, 동일한 조망권역에 울산대교 전망대가 있다. 150m 높이의 고래등대보다 더 높은 자리에 위치, 울산의 명소가 된지 오래다. 고래등대가 전망대로 건립되면 경쟁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집단이 오랜 연구끝에 도출해 낸 결과를 놓고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지만 지자체 역점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명분 쌓기용’으로 자주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뒷맛이 개운찮다.

서 청장은 당초 1000억원을 들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150m 규모의 전망대인 고래등대를 오는 2019년까지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호텔형 전망대로, 울산 관광산업을 도약시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업 출발과 동시에 막대한 재원, 불투명한 사업성, 지난한 절차 등에 발목이 잡혔다. 2015년 시행한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고래등대 건립에 약 13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견적을 받아들었다. 기초단체가 조달하기 어려운 규모로 민자유치 외에는 대안이 없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럼에도 사업추진의지는 꺾지 않았다. 급기야 남구 매암동 139-57번지 일원 9만8000여㎡의 장생포 해양공원 부지를 사업예정부지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했다.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와 장생포 현대미포부지 장래개발 계획 검토 △체류형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고래등대 개발에 따른 개발여건분석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 및 검토가 목적이지만 용역수행기관으로서는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결론에 따라 잔뜩 기대를 부풀렸던 역점 사업을 허무하게 무산시킬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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