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 “역사문화경관 훼손”

보존안 논의 20년 전 원점으로

울산시가 세계적인 선사유적인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의 훼손을 막기 위해 제안한 ‘생태제방안’이 또다시 부결됐다.

20년의 허송세월도 모자라 원점에서 보존방안을 다시 논의하게 된 것으로,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식수문제를 무시하고 대안없이 부결시킨 문화재위원회의 책임론까지 거론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20일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시가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 방안으로 신청한 생태제방안을 부결시키고, 회의결과를 공식 통보키로 했다.

시는 앞서 암각화에서 63m 떨어진 지점에 길이 357m의 기다란 생태제방을 축조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는 문화재청과 시가 2013년부터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으로 3년간 추진해온 ‘가변형 임시물막이’(카이네틱 댐) 실패가 지난해 7월 확정된 뒤 10개월 만에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생태제방안은 문화재청 예산으로 전문기관이 실시한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관한 용역’에서 반구대암각화를 물에서 완전 격리시키고, 울산의 부족한 청정원수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 안이다.

시는 그동안 △제방설치로 암각화에 미칠 수 있는 미시기후(바람의 방향과 속도, 습도, 기온) △제방이 세워지는 지점에 공룡화석 존재여부와 시공과정에서 암각화 훼손여부 △울산이 먹는물 부족도시라는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미치는 영향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 등을 설명하며 적극적인 설득전을 펼쳤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 역사문화경관 훼손을 주요 이유로 부결시켰다. 문화재위원들은 “암각화 앞에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세우면 암각화 자체는 보존할지 몰라도 주변환경 훼손이 너무 심해 주변환경의 원형복원을 중시하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위원들은 “생태제방 축조를 위해 강바닥에 시멘트와 같은 충전재를 강제로 주입하는 ‘그라우팅’ 공법의 안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며 “공법 시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진동으로 암각화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보존방안을 원점으로 되돌린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은 문화재 보호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부결사태는 불소통의 극단적인 사례로 허송세월로 반구대암각화의 훼손만 가중시킨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청에서 반구대암각화도 보존하고 부족한 청정원수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시도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생태제방안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