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인권위, ‘마약 유혈전쟁’ 성토…필리핀 경찰수장 “우리가 美 51번째 州냐”

▲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놓고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과 필리핀의 ‘인권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 하원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소탕전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필리핀 언론들은 마약 척결을 내세운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권 유린을 성토한 이 청문회를 관심 있게 보도했다.

▲ 필리핀 인권단체의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 반대 시위.

청문회를 주재한 제임스 맥거번 인권위 공동위원장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마약과의 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암살당하고 지도자들이 이를 좋은 일이라고 자랑하는 다른 나라들은 생각나지 않는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을 크게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이후 80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거번 공동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한 것과 관련, 이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에 온다면 대규모 시위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미 행정부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지 않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두테르테 대통령과 ‘우호적인’ 전화통화를 하며 그를 백악관에 초대했다.

버락 오바마 전임 미 대통령이 필리핀의 마약 소탕방식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펠림 카인 아시아지부 부지부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필리핀에서 경찰은 가장 많이 권한을 남용하는 기관”이라며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금지 확대를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필리핀이 ‘묻지마식’ 마약용의자 사살로 인권을 유린한다는 의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 필리핀 경찰에 소총 2만 6000정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미 하원 인권위의 청문회에 대해 “미 의원들은 문제의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필리핀 경찰에 체포된 마약용의자들.

특히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필리핀을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생각하느냐”며 “미 의회가 (필리핀의 마약 소탕전을) 조사할 수 있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필리핀 정부는 3000명 가까운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합법적인 단속에 저항하다가 숨졌다고 항변한다.

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1년간 마약 거래는 약 26%, 주요 범죄는 29%가량 각각 감소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이 성과를 냈다고 홍보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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