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계단 내려오는 것 돕던 중 우연히 팔꿈치 잡아

▲ 여왕 여왕 팔꿈치를 잡은 캐나다 총독.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팔을 붙잡고 부축하다 여왕의 몸에 ‘손을 대는’ 결례를 범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여왕은 캐나다 건국 1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있는 캐나다 하우스를 찾았고, 존스턴 총독은 여왕을 행사 내내 수행했다.

총독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여왕이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돕던 중 우연히 여왕의 팔꿈치를 잡게 됐다.

이런 행동은 전혀 무례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총독이 여왕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금지한 왕실예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곧 제기됐다.

영국왕실은 여왕을 접견할 때 지켜야 할 행동수칙을 명문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왕 등 영국 로열패밀리와 만날 때 악수 외 다른 물리적 접촉이 금지된다는 것이 하나의 불문 예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존스턴 총독은 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곧 사과했다.

그는 캐나다 C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예법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며 “여왕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지 않을까 염려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캐나다 하우스에서 트래펄가 광장으로 가는 길에 카펫이 깔렸었는데 그것이 좀 미끄러웠다”며 “여왕이 비틀거리지 않게 하려면 차라리 예법을 어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영국을 방문한 세계 정상이 여왕의 몸에 손을 댔다가 구설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여왕 어깨에 손을 댄 미셸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지난 2009년 버킹엄 궁을 찾아 여왕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한쪽 팔로 껴안았다가 예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왕은 전혀 언짢아하지 않은 채 오른팔로 미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어색한 분위기를 깼고, 버킹엄궁도 “두 분이 상호 간 친밀함과 존중을 표시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난 1992년 여왕이 호주 의회를 방문했을 당시 폴 키팅 호주 총리가 여왕을 안내하며 등에 손을 대는 실수를 하자 영국언론은 키팅 총리에게 ‘오즈의 도마뱀’(The Lizard of Oz)이라는 별명과 함께 집중포화를 퍼부은 바 있다. 연합뉴스

▲ 캐나다 하우스를 방문 중인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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