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앞두고 ‘소식지 공방’

 

勞 “회사 시간끌기에 지쳐”
社 “책임 면피용 전략일뿐”
유인물 내용 법적조치 검토

현대중공업 노사가 해를 넘긴 2016년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절충점은 찾지 못한 채 소식지를 통한 ‘네 탓’ 공방을 펼치면서 장기 여름휴가를 앞둔 직원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휴가를 일주일 앞두고 실무교섭을 통해 임단협 해결점을 찾기로 했지만 아직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며 “회사의 시간 끌기와 현실을 외면한 말장난에 모두가 지쳐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이번주까지 회사의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교섭이 적자 부풀리기-구조조정-기본급 반납-통상임금 소송 승리-민주노조 무너트리기 등을 위한 것임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사측은 ‘딴지걸기’라며 발끈했다.

회사는 노조 소식지가 나온 다음날 곧바로 사내 소식지를 통해 “노조가 정녕 휴가 전 타결을 원한다면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휴가를 일주일 앞둔 상황에 노조가 ‘긍지를 가질 제시안’을 내놓으라는 주장은 미타결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조합원 실익은 뒷전인 보여주기식 활동을 그만두고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노조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구체적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해 5월 시작한 2016년 임단협 교섭을 1년이 훌쩍 넘긴 지금까지 끝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임금협상 교섭까지 진행하는 등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산적해있지만 노사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최장 19일 간의 장기 여름휴가를 앞둔 근로자들의 한숨은 얇아진 지갑 탓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최근 서울 집회에서 ‘현대중공업 35년 차 임금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며 실명의 급여명세서가 찍힌 유인물을 시민에게 배포한 것과 관련해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는 근로자로, 기본급이 작년의 85% 수준인데다 직무재배치 노력 미흡으로 정직 징계까지 받아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추가 감액됐다. 또 7시간 파업에 참여해 무노동 무임금까지 적용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설명 없이 ‘구조조정 여파’라는 점만 부각해 회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고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긴 노조에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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