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사회
맹목적으로 이슈만 좇는 사례 많아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본업정신을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농자천하지대본야(農者天下之大本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부터 농업을 장려하는 말로 쓰여 왔으며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시대의 변천과 사회적 필요에 따라 새로운 업(業)들이 생멸하는 가운데 각기 나름대로의 필요와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업 또한 본업(本業)을 가지고 있으며 본업이 난관에 부딪힐 때면 새로운 주업(主業)을 찾아 영역을 확장하거나 방향을 돌리기도 하지만 본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전환점이 도래할 때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변화와 혁신을 위한 숨은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를 살펴보면 워낙 빠른 속도의 변화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과 혼동을 겪고 있으며 ‘변화의 트랜드’에 현혹되어 본업과 주업의 의미를 망각하고 ‘사회적 이슈’만 쫓아가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현상이나 주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나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검증되지 아니한 사례를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사례들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까지도 덩달아 혼란스러운 듯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나의 본업은 무엇인지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본업과의 연관성을 잘 따져보고 올바른 접목과 적용으로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공의 정책이나 공적 사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고 봅니다.

최근 어느 지방의회 정치인의 “국민들은 레밍(Lemming·나그네쥐)”이라는 발언이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과거 한미연합사령관이었던 미 고위 장성도 ‘레밍떼’ 발언으로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산 일이 있었습니다. 발언의 경위나 의도를 떠나서 ‘선두 무리(대장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려가다가 단체로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잃는다’는 ‘레밍’의 습성을 이해한다면 한 번 쯤은 다른 의미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4대강 사업과 녹조’ 문제로 연일 다투는 가운데 극심한 가뭄을 탓하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국지성 호우로 ‘물폭탄’을 맞았다고 아우성입니다. 댐 수문을 늦게 열어서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비난이 빗발치지만 아직도 그 원인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조류독감 여파와 각종 대형사고, 국무위원의 자질론과 새 정부 정책, 대기업의 ‘갑질’과 기업주의 일탈행위 등등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지만 보통 사람들이 반기고 만족할만한 구체적인 배려와 대책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느낌입니다.

정치인이든 정책가든 모두가 다시 본업정신으로 돌아가 차분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라는 질문으로 명분과 타당성을 짚어보고 ‘나는’이라는 자문을 책임을 자각해야 하겠습니다. 사회를 지나치게 자극하는 언론도 정론에 대해 생각해보고 환호와 야유에만 익숙한 시민사회도 냉정을 되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두가 본업정신을 통해 나는 내가 맡은 업에 대해 어떻게 추진하고 책임을 질것인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본업정신은 열대야 속에서 제 자신에게 던지는 새로운 화두이기도 합니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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