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사연댐 수위를 낮추기 위한 수문(水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보존을 위해 울산시가 내놓은 생태제방 설치안이 20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된데 따른 후속조치다. 수문설치안은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바위벽면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사연댐 수위를 52m로 유지하겠다는 수위조절방안의 하나로 해석된다.

수문설치는 지난 2010년에도 거론된 바 있다. 그해 6월18일 울산시와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수자원공사 등이 협의를 했고 양해각서 체결까지 예정됐으나 그 전제조건이었던 ‘울산권 맑은물 공급대책’의 추진이 흐지부지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던 방안이다. 그로부터 7년1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가변형물막이댐 설치의 실패와 생태제방안에 대한 3차례의 수정심의 등으로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했을 뿐, 여전히 ‘울산권 맑은물 대책’이 수반되지 않은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상 울산시는 지난 2014년 8월이후 사연댐 수위를 대폭 낮추고 있다. 그로인해 2016년 태풍 차바 때를 제외하면 한번도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 성과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지난 20일부터 식수 전량(40만t)을 낙동강물로 대체하는 사태를 낳았다. 낙동강 지류에 있는 부산이나 경상남·북도들도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기 위해 대체식수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 아니던가. 사연댐 수위를 낮추라는 것은 결국 울산시민들만 식수로서 적합성이 떨어지는 낙동강물을 시예산으로 사들여 식수로 사용하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는 안전한 물을 먹을 국민의 기본권리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또한 수문설치는 공법상으로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용역결과가 나와 있는 방안이다. 당시 용역을 맡았던 업체는 “공사 강행시 댐 붕괴 우려가 크므로 수문설치를 위해선 댐을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하며 홍수 대책 수립까지 고려하면 수천억이 넘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문화재청은 현실성이 없는 방안을 다시 내놓고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국토부·문체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운문댐 물의 울산 공급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굳이 지지부진한 ‘대구·경북 맑은 물 대책’과 연계할 이유도 없다. 대구시가 취수원을 구미시 상류로 이전하는 것과 상관없이 운문댐 물이 남아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운문댐 조성 당시 대구시에 배정된 양이 하루 최대 30만t이지만 실질적인 사용량은 18만6000t(2014년 평균)밖에 안된다. 10만t 이상 남는 물 가운데 7만t만 울산에 달라는 것이다. 대구시가 설령 구미 상류로 취수원을 옮기는 것을 더이상 논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울산권 맑은물 대책’ 마련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두마리토끼 잡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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