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회의 앞두고 러시아, 리비아·나이지리아에 감산 동참 촉구

▲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사우디 석유장관 휴가까지 반납하고 주말 내내 회원국과 이견 조율

국제유가가 연일 떨어지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회동을 앞두고 산유국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동에 앞서 러시아는 그간 복잡한 국내 사정으로 산유량 감산 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던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를 감산 대열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국가의 동참이 회의 안건에도 못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외에도 아직 감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논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논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산유량을 큰 폭으로 늘린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산유량 제한 문제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2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가 OPEC의 감산 합의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안정적인 생산 수준에 도달하면 다른 책임 있는 산유국과 함께하고 시장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며 “리비아와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이 안정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비아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내전과 송유관 파손 등을 이유로 감산 합의에서 예외를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국가의 정치적 불안이 가라앉고 산유량이 늘면서 국제유가 하락의 새로운 요인으로 지목받게 됐다.

노바크 장관은 러시아의 산유량이 지난해 10월 이후 하루 평균 30만 배럴이나 줄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24일 열리는 산유국 감산 합의 이행 모니터링 회의에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뜻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회의에서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산유량을 제한하는 내용은 안건에 올라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하루 평균 180만 배럴, 리비아의 경우 12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때나 감산 또는 생산 제한을 논의할 준비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리비아의 산유량은 175만 배럴, 리비아의 경우는 84만 배럴 수준에 그쳤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라크와 UAE의 감산 이행률도 안건으로 다룰 전망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감산에 돌입한 이래 OPEC의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와 UAE는 한 번도 감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에콰도르는 감산 합의에서 빠지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콰도르 석유장관은 석유 수출을 통한 수입이 필요하므로 더는 감산 합의에 매달리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OPEC의 맹주이자 이번 감산 합의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속이 타고 있다.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휴가도 반납하고 주말 내내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대표단과 만나 산유량 회복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또 에콰도르 석유장관과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리흐 장관의 측근은 “장관이 매우 신경이 곤두서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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