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주변 국가 긴장감

▲ 중국과 베트남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남중국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역의 석유, 가스 등 자원 개발을 놓고 중국과 주변 국가 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의식해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을 통한 남중국해 자원 탐사를 중단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석유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렙솔의 자회사 탈리스먼베트남은 베트남 정부의 허가를 받고 지난 6월 21일 베트남 동남쪽 해안에서 약 400㎞ 떨어진 곳에서 석유 시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베트남이 ‘블록 136-03’, 중국이 ‘완안 베이 21’이라고 각각 부르는 곳이다.

렙솔 경영진은 시추를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 있는 베트남의 군사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지난주 베트남 정부에게서 들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지난 6월 말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이 최근 3개월 동안 남중국해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에 미사일 엄폐시설(missile shelters) 4곳을 추가 건설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에 따르면 문제의 해역에서 대형 가스전의 존재가 확인된 지 며칠 만에 가스전 탐사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내용이 맞는다면 베트남이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고 한발 물러선 셈이 된다.

베트남의 석유 시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중국 정부는 자국 영해에서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시추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비슷한 시기에 방위협력 방안 논의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양국 국경방위 우호교류 프로그램 참석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해 석유 시추권 등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는 관측을 낳았다.

최근에는 베트남이 인도 국영 석유회사인 ONGC 비데쉬에 남중국해 석유채굴권을 2년 연장해줬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석유 채굴지역의 일부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9단선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베트남의 이런 행보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미사일과 레이더 시설을 설치하는 등 군사 기지화에 박차를 가하자 이에 대응해 남중국해 자원 개발을 통한 영유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2014년 5월에는 중국이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일대에서 시추작업을 하다가 베트남 감시선들과 충돌,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베트남에서는 반중국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베트남의 남중국해 자원 탐사 중단이 필리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필리핀은 2014년 말 중단했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역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 주변의 자원탐사를 연내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5월 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때 필리핀의 남중국해 석유 시추 계획을 설명하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당시 우리는 친구라서 싸움 대신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분쟁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고 연간 해상물동량이 5조 달러(5587조 원)에 이르는 전략적 해상 요충지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