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가를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 각 2명씩 8명의 위원이 참여, 앞으로 3개월간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영구중단·재개 여부를 놓고 공론화작업을 설계·관리하게 된다. 위원 선발과정에서 찬·반 대표 단체에 후보자 명단을 주고 제외하고 싶은 인사에 대한 제척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공론화위 구성 자체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3050 세대’의 소장파 교수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편향성 시비를 초래할 수도 있어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를 둘러싼 공론화를 ‘설계’하고 의제를 ‘세팅’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을 기본으로 한다.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공론화위원회가 설계한 절차에 따라 논의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내리게 돼 있는 만큼 공론화위는 시민 배심원단 구성과 결론 도출 방식 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확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성·중립성·객관성·투명성을 견지,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내에 공론화 작업을 책임있게 수행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론화위의 성패는 공정성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기 행보가 중요한데 제기되고 있는 편향성 시비를 원천차단, 공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행여라도 찬·반 한쪽이 공론화 작업 불참을 선언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경우 절차적 정의 실현을 위해 구성된 공론화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기구를 통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상당히 낯선 일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처럼 찬반 의견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원전 방사성폐기물 처분 시설 용지 선정을 위해 ‘시민소통위원회’를 운영한 독일이나 ‘에너지 환경의 선택에 대한 공론조사’를 실시한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이후 실제 정책 시행으로도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찬반 양측의 상반된 시각과 주장에 대해 균형 잡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공정하게 구성된 배심원단이 심도있는 토론을 통해 공론을 형성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또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 최고의 선례를 남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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