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그림 이상열

 

어린 꺽감이지만 이 가마 안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어두운 가마에 갇힌 소라가 무서워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라의 울음소리는 쇠둑부리가마 안을 맴돌다 하늘구멍으로 올라갈 뿐 가마 밖에 있는 야장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꺽감이 소라의 손을 잡고 달래며 말했다.

“소라야, 울지마.”

꺽감도 무섭기는 소라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숯 더미 위에 울고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꺽감은 우는 소라를 달래며 나갈 길을 찾았다. 위로는 높아서 엄두도 못내고, 빈틈없이 내화점토를 쌓아올려 만든 가마벽 어디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꺽감은 문득 외할아버지가 보수하던 초롱구멍이 생각났다. 초롱구멍은 가마의 맨 밑바닥에 뚫려 있는데 가마에서 녹은 쇳물이 흘러나오는 구멍이었다.

“소라야, 여기 숯을 파헤치자. 밑에 구멍이 있어.”

소라는 울음소리는 그쳤으나 여전히 어깨를 들먹거리며 말했다.

“정말? 그러면 나갈 수 있어?”

“그래. 그 구멍으로 나가면 돼.”

▲ 그림 이상열

꺽감과 소라는 작은 고사리손으로 숯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열자나 쌓인 숯더미는 참나무 목탄 장작으로 불땀이 좋게 정교하게 짜 맞춰져 있어서 파헤치기가 쉽지 않았다. 꺽감은 얼굴과 옷이 온통 까맣게 숯칠갑이 되어 숯더미를 파들어갔지만 작은 논두렁아재비가 큰 거름더미를 파헤치는 것처럼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

고사가 끝난 골편수 박판수는 뒤불편수에게 지시했다.

“자, 불씨를 넣어라.”

뒤불편수는 불씨구멍을 열어 미리 준비한 알불 불씨를 가마에 넣어 불쏘시개에 붙였다.

꺽감과 소라는 부지런히 숯길을 내고 있지만 아직 숯더미 밑이 보이지 않았다. 불씨가 불쏘시개에 옮겨 붙어 연기가 숯 사이로 지나서 가마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쇠둑부리 가마 위에는 봉화처럼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박판수는 불편수에게 외쳤다.

“불매 올려라!”

불편수가 골편수 박판수의 말을 받아서 불매꾼들에게 지시했다.

“불매 올려라!”

앞에 선 여덟 명의 불매꾼들이 서서히 가마에 바람을 불어넣는 풀무를 밟기 시작했다. 풀무에서 나온 바람이 송풍구를 통해 가마 안으로 들어가면 아홉 갈래의 골을 지나 골바람을 일으키면서 숯불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게 된다.

꺽감과 소라는 매캐한 연기와 뜨거워져 오는 불기운을 피해 숯더미를 파헤치고 들어가자 마침내 희미한 초롱구멍에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꺽감은 필사적으로 숯더미를 헤쳐 초롱구멍으로 가는 길을 낸 뒤 먼저 소라를 초롱구멍 밖으로 보냈다. 쇠도 녹이는 불길이 꺽감을 삼킬 기세로 따라붙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꺽감도 초롱구멍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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