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 부합하나
업무성과와 연동보상체계로 오해
업종별 협약과 직무급제 결합 필요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신 정부는 성과연봉제나 연공급제를 대신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제시하고 있다. 5월 대선 과정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성과연봉제도는 반대하지만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는 옳지 않다고 밝히고 성과연봉제와 연공급제를 대신할 임금체계로 직무급제를 언급한 바 있다. 호봉의 상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된 임금체계로 채택돼 왔는데 최초급여를 기준으로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에 세대, 산업, 업종 간 임금 임금 불평등의 원인으로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직무급은 20세기초 미국에서 테일러의 차등실적급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근로자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노동조합의 비판·반대의 결과와 그 대안으로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임금을 요구한 결과로 탄생했다. 경제발전 초기 한전, 포항제철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도 직무급제가 도입된 사례가 있으나 대부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폐지되거나 변형됐다.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고도성장기에는 새로운 직무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이때마다 직무평가를 새롭게 할 수 없는 상황적인 특성에 기인했을 것이고, 둘째, 70~80년대 경제성장 초창기에는 전반적으로 낮은 임금수준으로 직무가 변한다고 해도 임금변화가 발생하는 시스템을 근로자 입장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셋째, 80년대말부터 기업별 노동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직무평가를 둘러싼 노사갈등보다는 안정적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정부나 기업의 우선 과제였을 것이다.

직무급제는 업무성격과 난이도, 직무 책임성 등에 비례해 급여를 결정하는 임금체계로 각 직위의 직무가 가지는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해 그에 맞는 보수를 결정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직무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직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 어떠한 기준으로 직무의 가치를 평가할 것인지, 직무에 속한 사람들 간에 어떻게 합의를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직무급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유지할 수 있는 임금수준의 경쟁력인 외부적 공정성과 조직내부의 구성원들이 보상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는 내부적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한 기업이 다수인 우리나라에서는 직무급제와 직무중심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 독일에서도 금속노조가 ERA(Entgeltrahmenabkommen)로 개편하는데 13년, 일본의 도요타가 연공급에서 직능급으로 개편하는데 14년이 걸렸다. 특히 임금은 생계비와 직접적으로 연동되므로 근로자 입장에서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요구하고, 사측은 철저히 비용으로 보고 통제하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보다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진적 변화만이 근로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무급제 논의구조를 개선하고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해결이 필요하다. 직무급제의 원래 취지는 담당업무가 같다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으로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 원리에 가장 부합하는 임금체계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사측이 직무급제의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직무급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직무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른 자동적으로 임금상승이 일어나는 체계가 아닌 다른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공공부분 임금체계 개편이나 민간기업 임금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직무성과급이라는 표현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직무급제가 업무성과와 연동하는 보상체계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공급에서도 성과급을 도입할 수도 있고 직무급에서도 성과급을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

직무급제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의 사례와 같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단위의 직무급제의 논의가 아닌 초기업단위에서 합치가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임금표는 직무급으로 직무가 동일하다면 기본적으로 같은 임금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서 실질임금의 차이는 나겠지만 기본적으로 업종별 협약으로 하한선을 제시하기 때문에 임금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다. 업종별 협약과 직무급제의 결합은 원·청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자위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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