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요즘 펫팸족이라는 말이 있다. 반려동물(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 애완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제안된 말)을 의미하는 펫(PET)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에서 팸(FAM)을 따와 만들어진 신조어다. 즉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세태와 그들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핵가족화되면서 펫팸족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봐도 강아지를 안고 있는 젊은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젊은 여성뿐 아니라 남녀 노소에 상관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옛날 같으면 집 앞마당에서 개, 고양이,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집이 많았다. 그때는 그야말로 동물로 대하는 측면이 많았지만 지금은 가족을 대체하는 사회적 현상으로 변모했다. 특히 신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에서는 어김없이 동물병원이 들어간다. 왜냐하면, 펫팸족들은 반려동물이 가족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그래서 그들의 수요가 증가하다보니 동물 병원뿐만 아니라 동물관련 가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는 가보지 못했지만 강아지 카페, 고양이 카페같은 곳도 있어 펫팸족들이 쇼핑을 하다가 잠시 맡기거나 다른 동물들과 사교를 위해 이용한다고 한다. 점점 펫팸족들을 겨냥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등산을 자주한다. 왜냐하면 산만이 가진 맑은 공기와 자연에서 오는 편안함이 주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힐링(Healing: 영혼의 치유)이 되어 자주 찾아가는 것이다. 산이 주는 조용함과 적막함 새들의 지저귐 이런 등등이 도시에서 찌는 때를 벗겨주는 것 같아 지금까지 산을 포기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종종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반려동물 배설물을 밟는 일이다. 신발에 묻었는지도 모르고 집에 오면 냄새가 나면서 식구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이때는 등산 본연의 의미가 그런 일로 퇴색이 된다. 도시의 찌든 때가 함께 온 느낌이랄까?

또한, 피톤치드(Phytoncide:나무에서 방산되어 주위 미생물 따위를 죽이는 작용을 하는 물질을 말함)가 방출되는 오전 이른 시간에 대공원과 선암호수공원에 자주 간다. 그곳에는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고자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거기서 어떤이는 개를 씻기고 물을 수도꼭지에 물려서 먹이는 것을 종종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경우도 있다. 한사람이 반려동물을 2마리내지 5마리까지 데리고 다녀 주변을 산책을 하는데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 산과 공원에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자유를 누릴 책임과 배려가 결핍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지체라는 말이 있다. 물질 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변화에 비해 정신적 문화 요소의 변동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서 나타나는 혼란을 의미하는 말로 자주 회자된다. 의식주가 해결되고 물질적 풍요속에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는 것이 증가했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가족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해 그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며 그 속에서 인간은 자유와 권리 못지 않게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왜냐하면 인간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다른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나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주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반려동물 펫팸족이라는 어휘 자체에도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그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려면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다.

이동팔 태영산업개발(주) 상임이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