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격추돼 32개월 시련 공군 조종사…탈출 기도했다 45일 땅 구덩이 생활도

▲ 전쟁포로에서 자유로운 신분이 되는 고든 하비.

한국전쟁에 연합군으로 참전한 호주인으로는 처음으로 포로가 돼 약 32개월간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보낸 고든 하비가 94세를 일기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26일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하비는 세계 2차대전에서 패한 일본에 점령군의 일원으로 머물던 중 한국전쟁 개전 직후 유엔의 참전 결정과 함께 공군 대위로 참전했다.

하비 대위는 한겨울인 1951년 1월 19일 평양 공습을 하고 복귀하던 중 자신의 무스탕 전폭기가 격추되면서 별 부상 없이 비상 착륙을 했으나 곧 체포됐다.

이것은 그의 84번째 전투 임무였으며, 그는 한국전의 첫 호주군 포로가 됐다.

하비 대위는 포로가 된 지 약 3개월 후 미군 두 명과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가 6일 만에 다시 체포됐다.

그 대가로 약 2m 깊이의 땅 구덩이에 갇혀 45일을 보내는 가혹한 응징을 당했고, 미군 1명은 숨졌다.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약 1개월 후인 1953년 8월 29일 포로 교환을 통해 그는 6명의 동료 공군 부대원들과 함께 석방됐다.

로가 된 지 약 32개월 만이었고, 체중은 20㎏이 빠지고 말을 더듬는 현상까지 나타나던 상태였다.

하비는 곧 공군에 복귀해 이후 30년을 군에서 지냈다.

이 기간에는 미국 네바다에 있는 ‘탑 건’(top gun) 학교에서 전투기 전술을 가르쳤으며 말레이시아 공군의 창설을 돕기도 했다.

하비는 시드니의 한국전 참전용사들 모임에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한인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 호주 공군참모총장인 제이크 뉴엄은 시드니모닝헤럴드에 “하비는 모든 면에서 가장 멋지고 올바른 사람 중 하나였으며, 위대한 조종사였다”라고 추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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