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상사화
피부질환엔 말리지 않은 줄기 바르고
살갗에 돋은 물집제거엔 달여서 복용
한여름 밤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는 음력 칠월칠석, 그 무렵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애달픈 운명의 꽃이 있다. 상사화(相思花·사진)다.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이 되면 튼실하게 잘 생긴 잎이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잎은 초여름까지 계속 자라며 안간힘을 써 보지만 끝내 꽃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진다. 상사화란 이름의 유래는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볼 수 없다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선지 꽃말도 ‘그리움’이다.
알뿌리를 둘러싼 껍질은 어두운 갈색이고 밑바닥에 많은 뿌리가 나 있다. 난초 잎과 비슷한 연한 잎이 뭉쳐 자라는데 잎 끝은 둥그스름하다. 6월 경에 잎이 말라버린 후에 60㎝ 정도의 높이를 가진 꽃대가 자라난다. 꽃대의 끝에 4~6송이의 꽃이 뭉쳐 피는데 완전히 핀 꽃은 모두 옆을 향한다. 지름 7㎝ 안팎의 꽃은 6장의 피침 모양의 꽃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꽃이 뭉친 상태는 우산 형태이다. 대부분의 구근 식물들은 잎이 나와서 성장을 해 꽃을 피우고, 꽃이 진 후에도 잎은 계속 남아서 알뿌리를 살찌우는 임무를 다 하고 나서야 사그라진다.
추측이지만 상사화의 경우 지신의 체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꽃송이를 그 것도 여러 개를 한꺼번에 피우려다 보니 꽃대줄기가 굵어야 하고 굵은 꽃대를 밀어 올리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달여 가량 잎, 줄기 부양의 부담을 지지 않고 휴면을 취하면서 비축한 체력을 일시에 쏟아 붓기 위한 나름의 선택이 아닐까. 실제로 상사화는 한번 꽃을 피우는데 혼신의 힘을 다 소모해 버리기 때문에 이듬해에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구근이 스스로 쪼개지면서 자손을 늘리는 데만 집중한다.
상사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상사화의 종류는 상사화(분홍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힌상사화), 제주상사화, 백양꽃(백양상사화), 꽃무릇 등이다.
한방에선 녹총이란 이름으로 사용하며 약효는 체내 수분의 흐름을 다스리며 종기를 가라앉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므로 살갗에 돋는 물질을 없애는 데 쓰이며 그밖에 악성종기와 옴의 치료약으로도 사용한다. 살갗에 돋은 물집을 없애기 위해서는 1회에 10g의 약재를 1000㏄의 물에 넣어 달인 것을 복용한다. 피부질환에는 말리지 않은 비늘줄기를 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일본에서는 이 약재를 주근깨와 여드름을 없애기 위해 즙액을 환부에 바른다고 한다.
약술을 담을 때는 가을에 알뿌리를 채취 해 잘 손질한 뒤 20도 전후의 바탕술을 붓고 밀봉하여 6개월 정도 숙성시킨다. 찌꺼기를 건져내고 다시 6개월 정도 더 숙성 시킨 다음 조석으로 식후 한 잔씩 복용하는 것이 좋다. 김동해 한국전통약초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