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에 자리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적인 가치를 가진 문화유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울산시민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당연한 일로 여긴다. 그런데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아주 머나먼 일일 뿐 아니라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이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이라는 명칭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지난 2010년 이름을 올렸다. 울산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8년째 잠정목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국내 문화유산은 △강진도요지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남해안일대 공룡화석지 △서남해안 갯벌 △염전 △대곡천암각화군 △중부내륙산성군 △우포늪 △낙안읍성 △외암마을 △서원 △한양도성 △김해·함안 가야고분군 △고령 대가야고분군 △전통산사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 등 16건이다. 대곡천 암각화군은 첫단계인 우선등록대상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등재를 위한 5단계를 모두 거치는데는 적어도 6~7년이 걸린다.

울산시나 문화재청은 반구대 암각화의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도 못하고 있다. 보존방안을 두고 10여년째 씨름만 하고 있을 뿐이다. ‘보존방안이 수립돼야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한다’는 공식이 알게 모르게 굳혀지고 있는 탓이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잘 보존된 것, 앞으로도 잘 보존될 대상이 등재 후보군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요구대로 보존방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유산등재도 물건너 가는 셈이다.

2000년 8월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던 당시 세계암각화학회 회장 임마누엘 아나티(이탈리아) 박사는 “이렇게 많은 고래와 다양한 동물이 한 곳에 새겨진 암각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가치가 충분하다. 다만 주변 환경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는 대곡천 주변에 수풀이 무성해 접근이 어려운 상태로 아나티 회장을 비롯한 몇명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주변 환경 정비가 ‘물을 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자연상태에 있는 석조 문화재의 자연적 훼손은 당연한 현상이다.

세계유산 등재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관광효과도 높아진다. 자치단체들이 지역내 문화재를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암각화 보존방안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유산등재의 방안도 모색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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