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호주를 가다(하)

▲ 파도가 치는 아발론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는 긱스 필드 스텝들.

사흘간 참돔·감성돔만 낚자
호주 외곽 맨리 블루피쉬로 자리 옮겨
험한 소로 1시간 걸었지만 멋진 경관에 설레

도착과 동시에 중무장한 낚싯대 채비 마련
챔질 시작하자 엄청난 힘 손목에 전해와
연달아 수중으로 처박는 느낌 “괴물”
50㎝ 이상의 대형급 드러머에 탄성

강한 입질을 받은 후, 몇 분 정도를 격렬하게 파이팅을 하다 보니 완강하게 힘을 쓰던 어체가 서서히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검은 색이어야 할 몸체가 붉은 빛으로 떠오르고 나서야 드러머가 아닌 것을 알았다. 올라 온 고기는 드러머가 아닌 코발트색 반점이 선명한 50㎝급의 중형 참돔이었다. 같은 참돔이라도 대양에서 회유하는 어종이라 그런지 한국의 참돔보다 훨씬 힘이 세고 지구력도 강했다. 우리가 노리던 대상어인 드러머가 아닌 참돔이었지만 모두들 기뻐했다.

다시 채비를 점검하고 대형 드러머의 입질을 기대하며 조금 전에 입질을 받은 지점으로 다시 채비를 던졌다. 던진 채비가 정확하게 포인트에 입수된 후에도 입질이 없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20m 전방까지 채비를 흘리던 중 다시 빠르고 강한 입질이 왔다.

순간 챔 질을 하니 조금 전 입질한 고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다시 긴장된 마음으로 파이팅을 시작했다. 이후 바닥으로 처박기를 10여 차례 정도 한 후에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 대형 드러머와 파이팅 중인 필자.

그러나 이번에도 우리가 기대하던 드러머는 아니었다. 60㎝에 가까운 참돔이 또 올라왔다. 다시 미끼를 끼우고 낚시를 하려는 데 어느새 하늘이 흐려지고 갑자기 강한 소낙비가 내려서 어쩔 수없이 철수를 서둘렀다. 이 날의 조과는 50㎝급 참돔 2수와 감성돔 등 모두 10여수의 조과를 올려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했다.

◇호주 출조 3일째

전날의 피로를 떨치고 아침 일찍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 출조를 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긱스 코리아 김성규 호주 지부장과 의논을 하니 역시 오전 출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오전에는 숙소 뒤편에 있는 해변을 산책하고 돌아온 후, 늦은 아침을 먹고 엊그제 봐두었던 레이크 먼모라 스네퍼 포인트(lake munmorah snapper)로 김성규 지부장과 김령한 스텝, 모두 세 사람이 출발했다.

이 포인트는 10분정도 차량으로 가서 5분 정도만 도보로 내려가면 되는 가까운 포인트였는데 바람이 의지되는 곳이라 낚시가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찾아갔지만 비가 내린 후라서 그런지 파도와 너울이 너무 강해 안전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도 기왕 찾은 곳이라 낚시를 하기로 하고 약 3시간동안 파도와 싸우며 낚시를 했으나 너무 강한 너울 때문인지 같이 동행한 김성규 지부장과 김령한 스텝이 잡은 감성돔 몇 수의 조과에 그치고 아쉽지만 안전을 위해 철수를 했다.

▲ 레이크 먼모라

◇호주 출조 4일째

전날의 안 좋았던 기상과 아쉬운 조과를 만회하기 위해서 4일째 날은 김성규 지부장과 함께 둘이서 호주 도심 외곽에 위치한 맨리 블루피쉬(manly bluefish) 포인트를 가기로 했다.

이 포인트는 도심 외곽에 있는 포인트라 차량 거리는 가까운 편이지만 험한 소로를 1시간 정도 걸어가야 하는 포인트라 힘든 코스 중의 한 곳이었다. 차량으로 포인트 입구에 내려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난코스였다. 좁은 수로로 신발이 젖어가면서 30분 정도를 간 후에도 숲길과 험한 해안 절벽 길을 다시 30분정도 힘들게 가니 드디어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현장의 멋진 경관에 힘들었던 과정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음이 설렜다. 현지 포인트 여건은 뒷 쪽은 높은 직벽 지형이고 전방의 수심은 약 4~6m정도로 무엇보다 조류의 흐름이 너무 좋았다. 물때도 들물 시간대라 한층 기대감을 더했다.

▲ 아발론 포인트.

◇진짜 드러머의 입질을 받다

조급한 마음에 우선 채비부터 했다. 원줄 4호, 목줄 3호 2호 원정 낚싯대에 스텔라 4000번릴, 긱스 코리아의 전유동 전용 미루 소나(sonar) G2찌로 중무장을 하고 밑밥을 몇 주걱 뿌린 후, 조류가 합수되는 좌측 상단 5m지점에 가볍게 채비를 던졌다. 전날 비가 내린 여파 때문인지 포인트 우측으로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와 갯바위에 연신 부딪쳤다. 다행히 파도를 조심하면서 낚시는 할 수 있었다. 바닥은 넘쳐오는 파도와 이끼 때문에 상당히 미끄러웠다.

던진 채비가 서서히 우측으로 흘러 조류의 합수지점 부근으로 흘러가니 어신찌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순식간에 총알 같은 속도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챔 질을 하니 엄청난 힘이 손목에 전달되었다. 순간, 드러머의 입질임을 직감했다. 입질이후 연속으로 수중으로 처박는 느낌이 말 그대로 드럼을 치는 것처럼 강하고 연속적이었다.

▲ 대형 드러머를 들고 포즈를 취한 정명훈 긱스 호주 필드 스텝.

수 십 차례를 지치지 않고 수중으로 처박는 녀석의 느낌은 말 그대로 괴물 같았다.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함께 계속 낚싯대를 뺏기지 않으려고 버티는 동안에도 우측에서는 산더미 같은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바닥은 이끼 때문에 너무 미끄러워 대상어를 제압하는데 매우 신경이 쓰였다.

그나마 옆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안전 여부를 알려주는 김성규 지부장의 신호 덕분에 파이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한참을 겨루다 드디어 어신찌가 올라오고 목줄이 보이는 순간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 검푸른 어체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언뜻 보아도 50㎝가 넘어 보이는 괴물 드러머였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입질을 더 받기는 했으나 입질이 너무 약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강한 입질이라 터트리고 말았다. 호주 현지 낚시인의 얘기로도 50㎝가 넘는 대형급 드러머는 서 너 번을 걸면 한 번 정도 겨우 올린다고 하니 정말 괴력의 물고기 같았다. 이 날의 조과는 드러머 외에 중형급 방어와 감성돔 등, 총 10여 수 정도를 잡았으나 두 마리만 가져오고 나머지 고기는 모두 살려주었다.

▲ 솔베이 해변 전경.

◇호주 출조 5일째

호주에 도착한 이후, 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같이 비가 내렸다.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호주인데 내가 있는 동안은 장마철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주 비가 내렸다. 호주 출조 5일째인 이 날도 아침부터 보슬비가 계속 내렸다.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출조 날이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김성규 지부장과 나는 대물급 출현이 잦다는 아발론(avalon) 홈통 포인트로 가기로 했다.

▲ 이성규 긱스(GIGS)코리아 대표

이 곳은 도심 외곽 해변 바로 옆에 있지만 대물 드러머의 출현이 잦은 곳이라고 얘기했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내리는 비에 높아진 파도를 즐기는 서핑 족들이 많았다. 잠시 기다리니 긱스 코리아 조 호성 호주 스텝이 도착하여 함께 합류했다.

우리는 곧 바로 포인트로 내려가서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낚시채비를 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파도는 더욱 거칠어졌다. 몇 시간을 비바람과 파도에 온몸이 젖으며 낚시를 하였지만 기대하던 대물 드러머의 입질은 받지 못하고 중형급 감성돔 몇 수의 조황에 그쳤다.

나쁜 기상으로 아쉬움이 컷지만 정말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낚시 여행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 수고가 많았던 긱스 코리아 김성규 호주 지부장 외 호주 스텝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성규 긱스(GIGS)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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