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기자 사회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국보인 반구대암각화 보존의 최적안으로 도출된 ‘생태제방안’을 부결하면서 파장이 크다. 20년간 우여곡절 끝에 문화재청 예산으로 전문기관이 실시한 ‘반구대암각화 보존에 관한 용역’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 생태제방안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가결에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문화재위원회가 주장한 사연댐 수위조절안, 즉 사연댐 수위를 낮추고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 식수로 공급하는 방안이 최선일 수 있지만, 천문학적 배관망 사업비와 대구·경북권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태제방안의 당위성이 높았다.

생태제방안이 암각화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과 함께 주변 지형의 변화를 동반하는 문화재 형상변경 문제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상호간 공감할 수 있는 완벽한 보존방안이 없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최적안으로 도출된 것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직접 나서 생태제방안의 불가피성과 울산의 식수부족 현실을 간곡히 호소했지만 또다시 원점이다. 20년 허송도 모자라 앞으로 얼마나 또 시간을 허비해야 할지 답답한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무엇보다 문화재 보호를 우선해야 할 문화재위원회가 현실적 대안없이 명분에만 사로잡혀 암각화의 훼손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없는 부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추기 위한 수문(水門) 설치안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듯하다. 수문설치안은 약 14년전인 2003년 암각화 보존방안이 수립될 때부터 거론돼 왔으나 현실성이 없어 사실상 백지화된 안이다. 무리한 수위조절로 52년만에 사연댐 취수 ‘완전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고도 수문설치안을 다시 꺼낸 것은 울산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여질 수 있다.

결국 “울산은 부자도시 아닌가? 낙동강물을 정수해 먹으면 되지”라는 인식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에 대한 시민들의 여론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마천의 사기에 ‘중구삭금’이란 말이 나온다.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여론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가뜩이나 가뭄에 목말라하는 120만 울산시민들의 목소리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곱씹어봐야 한다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최창환기자 사회부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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