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울산이 ‘산업수도’라고 하지만 실상 대기업과 그에 딸린 협력업체들이 있는 구조이지,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생존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속가능한 울산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성장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얼마전 취재차 만난 울산지역 퇴직공장장들의 모임인 NCN(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의 한 위원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위주로 된 지역 산업구조에 대해 지적하면서 다양한 업종의 유망 중소기업 육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몇년 전 대기업을 퇴직한 뒤 지난해부터 NCN에서 중소기업 멘토 역할을 하며 지역 중소기업들의 우수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는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산업수도’라는 별칭에 걸맞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뒷받침 하는 중소기업 생태계가 튼튼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지역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기술개발(R&D)과 상용화, 인력수급, 판로개척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7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울산그린카기술센터에서 마련한 그린카 부품기업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푸념과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우수한 인력수급과 R&D 기능 확충이다.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완성차 업체의 연구소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어 생산공장과 연구기능이 분리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고, 지리적 영향으로 우수인력의 지속적인 확보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우수한 인력수급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나 수도권 쏠림현상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울산시가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그린카를 미래먹거리로 삼고 그린카 부품공급기지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이상과 현실 사이 괴리감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에 중소기업 성장 생태계가 갖춰지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수급과 R&D 기능 확충 같은 인적물적 인프라 뿐 아니라 대기업의 협력 중소기업들에 대한 상생협력문화 조성도 필수적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1차협력업체인 S사가 2차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부당으로 납품단가 인하 등의 상습갑질을 해오다가 공정위에 고소당하는 등 지역에서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을 상생의 대상이 아닌 ‘을’의 관계로 규정하는 풍토가 암암리에 만연해 있었던 게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대기업들이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5대 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SK그룹도 2, 3차 협력업체 전용펀드 1600억원을 신설하고 기존의 동반성장 펀드규모도 62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업계는 환영과 함께 기대를 걸고 있다. 중기부 출범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방안 등의 호재를 발판으로 울산시의 지원책과 지역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이 더해져 울산도 산업수도에 걸맞는 대중소기업 생태계를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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