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울산건립이 확실시되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불합리한 예비타당성 규정의 희생양으로 전락, 끝내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감돌고 있다. 시민들의 간절한 열망과 노력에 힘입어 울산유치가 결정될때만해도 정부는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건립, 우리나라 산업발달사와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경제성에 가중치를 둔 예비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울산 건립을 차일 피일 미루다 4000억원대 규모로 축소됐고, 급기야는 1800억원 규모로까지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 지역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인구수에 비례한 ‘우문같은 설문조사’가 포함된 비합리적 예비타당성 조사 방식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은 8월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에 대한 예타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했던 건립비의 6.5분의1 수준까지 축소된 계획이지만 여전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의 ‘예타 조사 운용지침’ 상 비시장가치재(박물관, 도서관, 생태공원 등)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는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 3가지 항목을 분석토록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경제성 40~50%, 정책성 25~35%, 지역균형발전이 20~30%로 가중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가중치가 큰 경제성이 예타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는데, 조사방식상 편익을 결정짓는 1000가구를 도시의 인구수에 비례해 분배, 절반 이상의 수도권 주민에게 “울산에 박물관을 건립하는데 드는 비용을 세금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또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식이다보니 전국 인구의 2.3%에 불과한 울산 시민의 긍정적인 의견으로는 편익을 높일 수 없는 것이다.

울산에 있어 산업기술박물관은 단순한 문화시설이 아니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3대 주력산업의 성장정체로 인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울산이 산업기술박물관에 거는 기대 또한 각별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울산에서만 가능한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와 미래를 세계인들에게 소개하는 산업관광의 거점으로 삼아 기존산업 고도화와 산업 다각화라는 2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다. 인구 규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현행 예타제도로는 꿈도 못 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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