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재정적 뒷받침 없이는
치매국가책임제 성공 장담못해
장기계획 아래 체계적 실현을

▲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지난 6월2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요양원을 방문, 치매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문제로 언급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72만5000명이 치매환자로 추산된다. 추세대로라면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가족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환자나 가족의 고통을 충분히 알 것이다. 고령화사회의 그늘이자 재앙이 된 치매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이다.

치매란 우리말로 ‘바보’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치매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단지 기억력의 장애로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다. 필자가 이전에도 몇차례 언급했지만 치매란 용어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 국회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진행 중에 있다.

정부가 내놓은 국가치매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대폭 증설(현재 47개소→252개소 확충) △치매안심병원 확충 △경증치매환자 장기요양보험제도 혜택 확대 △국공립 치매요양시설 확대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종사자 처우 향상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치매를 개인이나 가정에 전적으로 책임을 맡기지 않고 사회와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 몇가지 우려가 있는데, 이것을 잘 해결해야 국가치매책임제는 성공할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1개소 당 센터장·사무국장 등 총괄 2명에, 전담 코디네이터 15명, 치매 단기쉼터 운영인력 8명 등 25명이 근무하도록 구상하지만 현재 치매전담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앞서 전문 인력 충원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1개소의 설치비용을 약 7억5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중 80%는 국가가, 20%는 도와 시·군(5대5)이 부담하게 된다. 더불어 인건비를 비롯해 각종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필요, 재정 부담이 우려되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된다. ‘국정과제 5개년 계획’을 보면 5년간 복지공약 예산만 약 120조원에 이른다. 철저하게 재원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치매 국가책임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

치매관리법 개정안에는 치매안심병원 지정을 받는 의료기관에 정부가 1년간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고 특히 공공요양병원을 우선 선정 및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공공요양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그 수가 너무 적어 공공요양병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현재 전국적으로 1400여개가 되는 민간요양병원 중 인력 기준과 시설을 갖추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다. 치매지원센터와 안심병원을 확충하되 각각이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치매국가책임제를 계획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본인부담 인하는 물론 본인부담상한제까지 치매 특례제도를 만드는 것인데, 이에 엄청난 재정이 투입돼 타 질환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해 질 수 있다. 치매환자를 1년 케어 하는데 2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를 전체 환자 72만명에 적용하면 12조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통계가 있다. 이 비용을 국가에서 전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치매 이외에도 중풍, 발달장애, 지체장애, 노인의 일상생활 제한 등 돌봄 부담이 큰 장애와 상태, 질병이 많이 있다. 쓸 수 있는 돈과 자원이 정해져 있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한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돌봄 대상을 범주로 나누지 말고, 얼마나 장애가 심한가, 얼마나 돌봄이 필요한가를 판단해야 한다.

노인의료와 복지에 대한 정책은 장기간에 걸쳐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는 1985년부터 지역의료계획을 매 5년마다 수립하고 진행해 오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위주의 업적을 떠나서 장기적인 의료와 복지에 대한 플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준비나 계획이 없어 보여 안타깝다. 이번 기회를 통해 치매를 비롯한 돌봄 부담이 필요한 질환과 상태에 대해 국가 책임의 강화, 그리고 그 권리에 기초하여 돌봄의 질이 향상되길 기대해본다.

손덕현 이손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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