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과 유연함. 나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다만 오래도록 단단하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테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재료는 변함없이 나무다. 집을 지을 때도 다리를 놓을 때도 도로를 만들 때도 목책을 만들어 적의 침입을 막을 때도 나무는 어느 한 곳 쓰이지 않은 데가 없었다.

생활도구나 생산도구도 당연히 나무로 만들어 사용했다. 목기는 인류가 사용하기 시작한 최초의 도구 중 하나이며 가장 긴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도구이다.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제작과 활용이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일 게다.

발굴조사에서 목재유물이나 목기가 출토되는 경우는 대부분 습기가 많은 저습지에 입지한 유적이다. 습기로 인해 쉽게 부식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있었던 것이다. 건축의 부재로 목재가 출토되는 유적은 대규모 생활유적이 많고 도시유적이나 성곽유적 등에서도 출토된다. 경주 안압지나 광주 신창동유적, 창원 다호리유적, 울산 반구동유적 등 그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후기 구석기시대부터 사용된 농기구, 공구, 제사구, 생활도구 등의 목기류는 원삼국시대 철기로 대체되기 전까지 생업이나 실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광주 신창동유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현악기와 수레부속구, 부채자루, 의례용 목기 등 다양한 목기류가 출토되어 고대 사회에서 목기의 적용이 얼마나 광범위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의 가치에 새롭게 눈뜨는 이가 많은 요즘이다.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자신의 부드럽고 유연한 나무결로 고대인의 삶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목기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본다면 예전에 갔었던 그 박물관을 이번 여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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