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서 안전 확보해
결함없는 제품 소비자에 제공 책임 있어
선진 안전시스템 도입으로 신뢰성 제고를

▲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에 유해물질이 함유돼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충격적인 뉴스를 종종 접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CMIT, MIT)로 인한 폐손상 증후군으로 1997년부터 최근까지 1200여명이 사망했다. 이 살균제는 유럽의 다국적기업과 국내 대기업이 제조했으나 제품에 대한 충분한 안전검토 없이 판매됐다. 생활용 화학제품을 포함한 모든 제품은 출시 전 제품안전 위험성평가가 실시돼야 하며, 특히 스프레이형 방향제, 탈취제 등의 제품은 반드시 호흡독성 등의 위험성평가를 거쳐야 한다.

제품안전이란 결함이 없는 안전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기업은 제품의 설계, 제조, 판매 등의 기업활동을 일원화시켜 제품 안전 확보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글로벌 선진기업은 본부의 많은 안전보건환경(SHE) 전문가를 활용해 전 세계 모든 제조사업장에 제품안전경영시스템(Product Stewardship Management System)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제품안전경영시스템은 경영자 리더십과 몰입, 책임과 관리, 제품의 우선순위, 제품정보, 위험 특성화, 제품안전 위험성평가, 신정보의 관리, 제품설계와 개선, 가치사슬의 소통과 협력, 정보공유, 성과평가와 지속적 개선 등 11개 요소로 구성돼 있다. 제품안전방침에 따라 REACH 등 관련 법규 및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제품에 대한 안전위험성평가를 실시, 위험수준이 높은 경우 개선대책을 수립해 제품설계에 반영한다.

시스템 중 핵심적인 요소인 제품안전 위험성평가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당 제품의 소비형태 및 계획 생산량을 고려한 노출잠재등급과 제품의 보건 및 환경 관련 고유 유해등급에 근거한 제품 우선순위(1~3) 결정에서 1인 제품, 민감한 용도에 사용되는 제품 및 각 사 사업부에서 특별히 요청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기존 제품에 대해서는 3년 주기로 위험성을 재검토하되 가치사슬 변경, 제품사건 등 발생시에도 재검토한다. 둘째 위험성평가는 제품 우선순위 결정, 위험성평가(위험성 파악, 위험성 분석, 위험성 판정), 개선대책 수립, 위험감소 활동, 위험 모니터링 순으로 실시된다. 위험성 파악 후 재무, 인사사고, 환경 또는 회사평판에 주는 영향과 현재의 관리수준에 근거해 위험수준(부적합, 개선필요, 적합)을 판정한다. 셋째 위험수준이 부적합인 경우 신속히 임시조치를 취하되 불가능할 경우 생산을 중지한다. 개선필요인 경우 개선계획, 개선책임자, 완료기한 등을 포함하는 제품안전보고서를 작성, 승인을 받아야 하며, 비상시나리오를 작성해 주기적으로 관련 직원들과 같이 비상훈련을 실시한다.

역할과 책임 측면에서 그룹의 SHE관리자는 전체적인 제품안전관리 프로세스를 지원하며 각 사의 진행사항을 모니터링한다. 각 사의 제품안전관리 담당자는 회사 전체적으로 제품관리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검토하며 SHE전문가들과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각 사장은 그룹 제품안전관리절차 준수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있고 제품안전보고서를 승인하며 인지 후 1년 내 적합수준으로 개선하도록 필요한 자원을 지원한다.

제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간다. 결함 발생시 제조물책임법 등에 의거 손해배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업수익, 기업평판, 기업생존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부자재, 부품, 완제품의 유해성 정보를 확보해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들도 선진 제품안전경영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보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前 한국솔베이(주) 총괄부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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