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난 빌 포터. 그는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어머니와 함께 오랜 기간 동안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해보지만 늘 돌아오는 대답은 ‘No’였다. 그날도 영업사원 모집 광고를 낸 생활용품 회사 왓킨스 사의 거절을 받고 건물을 내려오는 길이었다. 빌 포터는 건물을 내려오다 다시 올라 들어간다. 그리고는 고용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를 가장 힘든 지역으로 보내주세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곳으로 보내주세요.”

그렇게 어렵사리 빌 포터는 모든 판매원들이 꺼려하는 지역으로 가는 조건으로 취직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빌 포터의 판매원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판매 실적을 낼 수 없는 암울한 지역에서 빌 포터는 그의 외모를 본 사람들에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영화 ‘도어 투 도어’의 실제 주인공 빌 포터. 빌은 매일 아침 4시45분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가정을 방문했지만 허탕을 치며 돌아오는 날이 계속됐다. 그런 빌 포터에게 늘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어머니였다. 낙심하다가도 점심으로 싸 준 토스트에 써진 PATIENCE(인내), PERSISTENCE(지속하기) 글자를 보며 인내, 방문판매를 멈추지 않았다. 하루 평균 여덟 시간 이상 왼손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15㎞를 걸어서 매일같이 방문하기를 24년. 빌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한 사람씩 빌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마침내 왓킨스社의 영업왕이 된다.

빌 포터처럼 비장애인 보다 조금 불편하지만 늘 밝고 담임 선생님이 제일 좋다고 말해주는 학생이 우리 반에 있다. 학교 규모에 비해 많은 수의 장애학생들이 본교의 특수학급을 다니면서 때에 따라 일반학급에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통합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제각각 서로 다른 빛을 내지만 한데 어우러져 오묘한 아름다운 빛을 내며 말이다.

얼마 전 휴대폰을 넘기다 포털 포스트 일면에 ‘장애학생 맡으면 가산점…승진 도구로 이용되는 학생의 장애’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읽게 되었다. 자극적인 제목답게 500건 가까이 달린 댓글에는 서로 떠맡기 싫어하는 현실에서 통합학급 담임에게 인센티브를 당연한 주어야 한다는 의견과 장애 아동을 맡는 것은 교사의 의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가산점제 운영이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충분한 검토 후 폐지 또는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슬픈 건 진심을 다해 장애 아동을 돌보고 비장애학생들의 수업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애쓰는 선생님들의 노고마저 모두 승진의 수단으로 하는 행동으로 치부되는 편협한 시각이다. 그리고 더 우려스럽고 걱정되는 것은 이런 자극적인 기사를 보고 상처받을 우리의 아이들과 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들이다.

통합학급을 맡으면 교사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서로를 이해하고 인내하고 기다려주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것이 통합학급의 목적일 것이다. 지쳐있는 교육계 식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민한 반응보다는 PATIENCE(인내)이다. 낙담보다는 희망의 찬가가, 변명보다는 우리의 교육관을 믿어 줄 때까지 서로를 믿고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딛는 PERSISTENCE(지속하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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