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거제의 섬…이수도에서 지심도까지

▲ 이수마을의 담벼락은 각양각색의 벽화로 꾸며져 있다.

야생사슴이 사는 이수도
주민들이 키우던 사슴 우리 뛰쳐나가
섬 지천 돌아다녀 자연 사슴농장 방불
해안선따라 산책하며 경관감상 추천
담벼락마다 개성있는 벽화도 볼거리

섬 전체가 동백나무인 지심도
일제시대 일본군 해군기지로 사용돼
천혜의 자연환경 그대로 보존된 섬
마음심 모양의 섬…해안길 걷다보면
수령 300년 이상의 각종 나무들 눈길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한 여름 모처럼 휴가철을 맞아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올해는 거제도로 가보는 건 어떨까. 굳이 차를 타고 시간을 들여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울산에서 고속도로를 통해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제도에는 경남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섬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휴가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들을 위해 올 여름 동백섬 지심도와 이수도 등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거제의 섬을 만나볼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한다.

◇‘이로운 물의 섬’ 이수도에서 사슴을 만나다

지난달 18일 초여름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날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가 마련한 지역문화 현장연수 차 거제도를 찾았다.

첫 일정은 이수도에서 시작한다. 거제시 장목면에 위치한 시방마을 선착장에서 오전 10시 배를 타고 이수도를 향했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20여분 가량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주변경치를 감상하다 보면 이내 이수도 선착장에 다다른다. 여름철에는 시방마을 선착장에서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이수도로 향하는 배가 하루 7편 가량 운행되니 참고하자.

▲ 시방마을과 이수도를 오가는 도선 시간표. 여름철에는 오전 8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7편이 운항된다.

이수도의 면적은 0.384㎢, 해안선 길이는 5㎞로 인구는 100여명 정도이다. 멸치잡이 권현망(權現網)이 들어와 마을이 부유해지자 바닷물이 이롭다하여 ‘이로운 물의 섬’이라는 뜻으로 이수도라 불리게 됐다. 이수도의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지금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이나 펜션을 운영하기도 한다.

▲ 이수도의 한 어민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이수도의 해안선을 따라 산책길을 돌아보는 데는 총 1시간30여분 가량이 소요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코스지만 초여름 더위에 맞서 산책길을 완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수도 산책길은 그늘이 별로 없어 햇빛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쉬엄쉬엄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책길 중간중간에 위치한 바다를 향해 펼쳐진 간이 전망대에서 목도 축이고 땀도 식혔다 가면 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사슴농장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수도에서 주민들이 키우던 사슴들이 우리를 뛰쳐나가면서 지금은 야생화 된 사슴들이 섬 지천을 돌아다니고 있어, 지금은 그야말로 자연 사슴농장이 돼버렸다고 한다. 이날도 연수단의 방문이 반가웠던지 멋진 뿔을 가진 사슴 한 마리가 수풀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는 이내 사라져버렸다.

▲ 지심도에서 바라본 일몰 전경. 지심도는 1936년 일본군의 해군기지로 사용되면서 그 흔적들은 지금도 일제시대 포진지, 서치라이트 보관소 등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산책길 끝에 다다르면 처음 이수도에 도착할때 발을 디뎠던 선착장 인근의 이수마을이 나온다. 이수마을에서는 그날 현지에서 잡은 싱싱한 횟감과 각종 해산물로 마련한 식사를 할 수 있는게 백미다. 이수마을의 맛을 보노라니 산책길을 걸으며 쌓였던 피로도 이내 풀린다. 또 이수마을의 집들은 벽화사업을 통해 집집마다 담벼락이 개성있는 벽화로 꾸며져 있어 사진 한장으로 이수도 여행의 추억을 남기기에도 그만이다.
 

 

◇동백섬 지심도의 일몰과 함께 낭만적인 하룻밤

이수도를 나와 다음 행선지인 지심도를 가기 위해 장승포항 지심도 터미널로 향했다.

장승포항 터미널에서 지심도로 향하는 배편은 여름철에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약 2시간 간격으로 5편 정도 운항된다. 동백꽃이 절정을 맞이하는 동절기와 성수기에는 정기시간 외에도 인원에 따라 수시로 운항을 하니 참고하면 좋다.

지심도는 우리나라에 있는 유인도 중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섬이자,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지심도란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아서 붙여졌다. 지심도의 면적은 0.356㎢로 이수도와 비슷하며, 해안선 길이는 4㎞다. 현재 지심도의 인구는 15가구 20여명 정도로 마을사람 대부분이 민박과 펜션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지심도의 산책길을 따라 이동을 시작했다. 원래라면 2시간 가량이면 돌아볼 수 있는 코스지만, 연수단은 문화해설사로부터 지심도의 역사와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여유있게 돌아보기로 했다. 지심도의 산책길은 이수도에 비해서 훨씬 수월했다. 섬 전체를 휘감고 있는 동백나무들이 시원한 나무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단, 산모기의 맹렬한 기세는 모기약을 발라도 당해낼 수 없었다.

지심도에 들어서면 먼저 3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는 갖가지 나무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박엿의 유래가 됐다는 후박나무와 산책길 중간에 만날 수 있는 할배, 할매 곰솔나무는 지심도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잘 보존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00년 수령의 나무 둘레는 건장한 어른 3명이 에워싸도 모자랄 정도다.

 

이처럼 지심도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것은 일제시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있기 때문이다. 지심도는 1936년 일본군의 해군기지로 사용되면서, 현지에 살던 주민들을 일제가 강제로 이주시켜버렸다. 이후 태평양 전쟁을 대비해 일본군들이 150여명의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시켜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해 1938년 완공한다. 그 흔적들은 지금도 일제시대 포진지, 서치라이트 보관소 등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산책길을 다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하루동안 흘린 땀에 입고 있던 옷이 흥건히 젖어버렸다.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지심도의 해변으로 달려간다. 조그마한 크기의 지심도 해변은 모래밭이 아닌 몽돌로 이루어져 가족들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길고 길었던 하루 일정은 민박집에서 지심도의 일몰을 바라보면서 마무리된다. 타는 듯한 석양이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가는 장면을 테라스에서 바라보노라면 거제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배경으로 다가온다.

글=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문화 현장연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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