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동구 전하동 ‘형제이용원’ 박종섭씨

▲ 울산시 동구 전하동에서 형제이용원을 운영하는 박종섭씨가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47년째 이발업, 실력도 인정받아
대우건설 사내 이발사로 일하기도
34년 전 울산정착 착한가게 입소문
“전국 여행다니며 이발 봉사 꿈”

울산 동구 전하동에서 34년째 형제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섭(64)씨는 47년째 이발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다. 주변 업소보다 저렴한 가격과 박씨의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지난 2011년 착한가격업소에 지정됐다.

경남 함양이 고향인 박씨는 어려웠던 집안 형편때문에 이발기술을 배워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971년 처음 이발업계에 발을 내딛었다. 당시만 해도 이발은 고급기술에 속해 쉽게 배우기 어려웠지만 친분이 있던 고향집 인근 이발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기술을 배웠다.

그는 1년여 만에 이발기술을 배운 뒤 인근 산청군 산천읍, 부산 연제구 교대 앞 이발소를 거쳐 서울역 앞 대우건설 사내 이발소에 이발사로 채용돼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 대우건설 근로자들과 함께 리비아에서도 1년여 간 이발사로 일하기도 했다.

박씨는 “당시만 해도 실력 좋은 이발사를 데려오면 손님들이 많이 몰려와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왔다”면서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며 일했고 더운 날씨로 많이 힘들어 다시 국내로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1984년께 고향에서 집안일을 거들던 그에게 현대중공업 사내이발소에서 일하던 고향 선배가 동업을 제안하면서 울산 동구 전하에 둥지틀 틀게 됐다. 첫 가게 ‘형제이용원’의 상호도 당시 고향 선배와 이발소를 차리면서 지은 이름이다.

그는 “34년전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두발 규정이 까다롭다보니 하루에만 130~150명이 찾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면서 “동업하던 선배의 사정으로 1991년부터는 혼자 운영하게 됐고 11년 전 지금의 동부경찰서 부근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이발 가격은 1만원으로 울산시 평균 요금보다 20% 가량 저렴하다. 지역민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그는 지난 1995년 이후 요금을 동결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오래 전 고향에서 이발사로 일할 때 한센인들이 이발을 하러 왔다 주위 시선을 의식해 여러번 그냥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난 뒤 한센인들을 찾아가 이발을 해준게 봉사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그는 지금도 동구지역 경로당과 장애인 복지시설인 희망울타리 등지에서 무료 이발을 해주고 있다.

박씨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지만 중요한 일을 앞두고 깔끔하게 단장하고 가는 손님들을 볼 때면 가슴이 뿌듯할 때가 많다”면서 “이제는 이발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이발소를 찾는 사람도 점점 줄어 아마도 우리가 이발소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힘 닿는데까지 이발소를 운영하고 싶고, 나중에는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이발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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