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끝)능소화

 

잎과 줄기·뿌리 같은 효능
이뇨제·통경제로 주로 사용

옛날 어느 마을에 아리따운 처자가 살았다. 처자의 이름은 소화였다. 18세 꽃다운 나이였지만 엄한 부모때문에 맘대로 놀러 다닐 수가 없었고 밤늦게 들어오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화는 옆동네 총각을 알게 돼 어느새 사랑에 빠지게 됐다. 부모 몰래 옆 동네로 밤마다 마실을 다녔는데, 어느 날 들켜 대문 밖 출입이 제한되고 말았다. 날마다 담장을 서성이며 먼발치로 옆동네 총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처자는 상사병에 걸려 꽃다운 나이에 그만 죽고 말았다. 몇년 후 처자가 서성이던 담장 아래 주홍빛의 아름답고 큰 꽃이 넝쿨을 따라 곱게 피어났다. 동네 사람들은 이 꽃을 능소화라 불렀다.

꽃이 드문 장마철에 크고 화려한 꽃을 계속 피우는 능소화는 양반가나 큰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옛날에는 서민층에서 능소화를 심으면 곤장을 쳐서 다시는 심지 못하게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꽃술을 만지면 눈이 먼다고 해 아무나 이 꽃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능소화 줄기는 나무나 벽을 타고 높이 올라가면서 가지를 뻗는다. 7~9월경 가지 끝에서 나팔 또는 깔때기 모양의 주홍색 꽃이 5~15개 정도 달린다. 아래로 쳐지는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바람이 불면 마치 시계추처럼 흔들린다. 줄기는 보통 10m 내외. 하지만 필자가 본 것 중 가장 큰 것은 전남 진안 마이산 탑사 왼쪽 절벽 전체를 뒤덮고 있는 능소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높이만도 수십m 정도 될 것으로 보이며 절벽 전체를 뒤덮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덩굴식물 능소화는 원줄기에서 군데군데 짧은 흡근이 자라 바위나 나무, 담장 등을 타고 올라가며 자란다. 꽃의 지름은 6~8cm 정도이고 안쪽은 황홍색이지만 겉면은 적황색이다.

▲ 김동해 한국전통약초연구소 소장

꽃이름은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란 뜻으로 오래 전 중국에서 들여왔다. 꽃을 피울 때는 상하로 열리지만 만지거나 건드리면 재빨리 닫히는 특성이 있다. 양봉농가에서는 밀원으로도 사용할 정도로 꿀이 많다.

한방에서는 약명으로 능소화, 자위화, 타태화라고 부른다. 잎, 줄기와 함께 말려서 이뇨제와 통경제로 사용한다.

줄기와 뿌리에도 같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민간에서는 어혈을 풀어주고 부스럼과 산후통, 대하증, 양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다른 약재와 함께 이용한다.

약술을 담을 때는 덜 핀 꽃을 채취해 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린 후 용기에 넣고 20도 전후의 바탕술을 붓는다. 6개월 정도 밀봉 숙성시켜 걸러내고 식후 한잔씩 복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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