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한민족은 흥이 많아 예술적 기량이 뛰어나다. 전국의 지자체를 보면 예향(藝鄕)이라 일컫는 시·도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가운데 남원과 보성 등은 소리꾼의 고장이다. 그 영향인지 현대에 와서는 전국적으로 노래방이 수십년동안 성업 중이다. 한반도를 벗어나도 우리 교민의 발길이 닫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노래방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우리 민족은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국제 콩쿠르에서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성악가를 뒤로 하며 일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렇게 주어진 무대,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거나 예술가로서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런 무대가 아니고 집에서 노래를 부르면 이웃에게 소음으로 인정되어 기피대상이 되거나 심한 경우 고성방가로 주의나 경고 등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고성방가란 ‘큰 소리로 밖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뭐가 문제이겠는가. 고성방가는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줄 만큼 아무 곳에서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중요한 글자가 바로 방(放)인데, ‘내놓다, 팽개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니까 노래를 아무데나 팽개친다는 의미가 된다. 격투기도 마찬가지다. 경기에 나가 링 위에서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해서 상대선수를 때려 눕히면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챔피언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자랑스럽게 세리머니도 한다. 그러나 링이 아닌 곳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누군가를 때려 눕힌다면 폭력범이 되어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니 아무리 체력을 연마하고 힘쎈 사나이라 할지라도 경기장에 들어가서 싸워야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누군가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성악 무대에 서지 않고 집 근처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하며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하면 고성방가범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무더운 여름 창문을 활짝 열어제쳐도 열대야로 잠 못드는 이웃이 많다. 아무리 흥이 많은 민족이라도, 특히 여름엔 고성방가를 삼가야 한다.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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